“감독의 캐릭터 요구, 숙제풀듯 열심히”

걸음·대사 프레임 안에서 연기… “이요원은 당당한 배우” '용의자 X' 류승범, 천재수학자 변신

세상을 등진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은둔의 천재수학자. 그간 날것의 생동감 넘치는 동적인 연기로 주목받아온 류승범<사진>이 '용의자X'에서 그 반대지점에 선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물론 어떤 틀 안에 갇히는 게 딱 질색인 그는 이런 표현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시쳇말로 '계획 없이 막 사는'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어떤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추구하지 않았단다. 그저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했고 용의자X 또한 마찬가지라고. 18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류승범에게 캐릭터 준비과정을 묻자 그는 “감독님이 내준 숙제를 열심히 풀었다”고 답했다.

류승범은 “감독님의 요구가 많았다”며 “그래서 숙제를 푸는 느낌이었다. 아주 구체적으로 석고의 걸음을 연구하세요. 대사는 여기서 쉼표를 주고, 이런 뉘앙스로 해주세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2~3가지 안을 준비해서 감독과 얘기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방은진 감독이 배우 출신이다보니 꼼꼼함의 정도가 달랐던 모양. 그는 “연기를 했던 분이라 본인이 빨리 느끼더라. 특히 화선(이요원)과 석고는 감독이 원하는 이미지가 확고했다”고 덧붙였다.

“감독님이 말했다. 장르영화를 원한다고. 그래서 석고란 인물이 프레임에 들어와 있길 바랐다. 류승범이 기존에 프레임을 벗어난 인물 형태의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용의자X는 한 천재수학자 석고가 남몰래 사랑하는 여자 화선(이요원)을 위해 그녀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감추려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며 벌어지는 치밀한 미스터리를 그린 작품. 석고가 단지 옆집 여자인 화선을 위해 어떤 이유로, 어느 정도까지 자신을 희생하는지가 밝혀지는 순간 물밀듯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가 보는이를 압도한다.

하지만 류승범은 석고의 사랑 혹은 헌신이 처음에는 좀체 납득되지 않았다. 그는 “아내도 연인도 그렇다고 친구가 아닌, 잘 모르는 옆집 여자가 아닌가”라며 “특히 그 여자가 (범죄사실을 숨기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는데 석고가 자신의 계획을 끝까지 실행하는 것은 오히려 이기적이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승범은 “어쨌거나 지금에 와서 제가 내린 생각은 그렇게라도 석고가 한번 닿아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도 사랑이란 것에 닿아보고 싶다'랄까. 그래서 석고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정리했다.

이요원에 대해서는 “씩씩하고 당당하다”고 표현했다. 또한 “척 안하고 땅을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의 여배우”라고 덧붙였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