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립 코틀러 저 |
어느 순간 각 경제주체들이 수요보다 더 많은 집들이 지어졌음을 알게 된다. 투기적 성향의 사람들이 거품과 같이 집값을 올려놓았지만, 순식간에 거품은 꺼졌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은행들은 이렇게 부실화된 자산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고객에게 대출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이 소식을 접한 고객들은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이어서 자동차나 가구 등 당장 급하지 않은 상품들의 구매를 연기함으로써 이를 판매하는 대기업들이 매출액의 감소로 고통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기업들은 대량해고를 포함하는 구조조정을 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고객의 구매력은 더욱 떨어진다. 또한 대기업들은 부품이나 재료 공급업체들과의 거래를 줄이고, 공급업체들 또한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임금 동결이나 R&D 예산을 포함하여 마케팅 예산 등 전방위적인 예산 축소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인 회복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소비자, 생산자, 금융업자, 투자자 등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불황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만다.
위와 같은 상황은 비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은 미국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과 유럽 그리고 남미 등 전세계적으로 몰아치는 불황의 회오리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새로운 시대는 불황이라는 단어로는 표현되지 않는 격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에서 매일 날라오는 격동의 뉴스들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격동기가 오래 지속되면 끝이 없는 경기 침체기를 맞이할 수가 있다. 1등 기업도 언제든지 격동에 휘말려 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혼돈과 위기 그리고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극심한 격동은 이미 일상적인 현상이 돼서 산업과 사회에 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격동 속에서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같은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자신들의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서 성공을 이뤄낸 기업들과 같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고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구축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각 기업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대책을 수립해 왔지만, 최근 몰아치는 변화의 충격과 불확실성의 심각성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지고 다양해졌으며 작은 변화가 태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극심한 격동기를 헤쳐나가야 할 기업들에게는 무엇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카오틱스 경영'이다.
저자인 필립 코틀러는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로드맵으로 활용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조기에 감지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위협과 새로운 기회를 모두 감지하는 최고수준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격동기에 예산 삭감에만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여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전 조직에 뿌리내려서 격동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작은 변화도 놓지지 말고 단일 대안이 아닌 다양한 대안의 시나리오를 수립해야 격동의 시기에 휘말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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