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윤택 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
특히 사람이 저지르는 행위에서 유발되는 범죄는 자연재해나 화재 등 불가항력적인 재난과는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발생건수나 피해규모를 통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차원의 체계적인 사전대비와 예방의 필요성이 높다.
그동안 범죄발생은 범죄자 개인의 책임이며 국가(또는 지자체)의 경찰력은 일부 순찰활동을 제외하면 범죄 발생 후의 범인검거 위주로 행정이 펼쳐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순찰이나 교육과 같은 관리적 요소 외에도 잠금장치나 CCTV 등 물리적인 요소,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CPTED) 기법과 같은 계획적 요소에 의해 다수의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
CPTED는 1971년 레이 제프리(Ray Jeffery)에 의해 주창돼 최근 도시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등 그 연구와 실용화가 확산되고 있다.
CPTED 기법은 ① 자연적 감시 ② 자연적 접근통제 ③ 영역성의 확보 ④ 활용성의 증대 ⑤ 유지관리 등 5가지 원칙을 기본으로 도시공간을 설계해 범죄의 발생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CCTV, 경보시스템 등 첨단 정보통신설비를 이용해 사전에 범죄기회를 차단하고 범죄의지를 꺾는 한편 사후에는 검거율 상승효과도 함께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CPTED를 적용한 설계지침을 수립, 시행하고 있음에도 CPTED 원리에 기반한 공간설계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IT 최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법ㆍ제도적 미비, 시스템간 연계성 부재 등으로 인해 설비들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도시는 상대적으로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영위하는 곳이다.
범죄 건수나 유형도 많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효율적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개발 위주로 도시 건설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CPTED 원리에 기반한 공간 설계와 계획, CCTV 등 기존 설비와 도시정보시스템(UIS)의 효율적 연계가 필요하다.
더불어 첨단 IT기술을 이용한 보안산업 뿐만아니라 담장이나 각종 창호, 카메라 등 방범 관련 장치들에 대한 디자인 등 방범 관련 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도시의 경제적 성장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도 현대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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