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최종판결을 앞두고 일본을 비롯한 독일 등 전 세계에서의 소송은 삼성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은 이번 소송에서 3G 스마트폰에서는 누구나 사용해야 한다는 소위 표준특허를 중심으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애플은 스마트폰 기술 특허 이외에도 스마트폰의 외관에 대한 디자인, 즉 스마트폰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등 다양한 IP를 사용했다. 지난 평결 결과에서 배심원이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비롯해 디자인, 트레이드 드레스 권리를 모두 침해한 것으로 인식했듯 하나의 제품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특허 이외의 권리 등에 다각적인 관점에서 IP를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현재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또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특허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창의성을 키우는 동시에 특허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IP는 국가별 독립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침해여부가 판단되므로, 소송이 진행되는 국가별로 전략적 맞춤형 IP 확보 및 소송 전략이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선진국 기업들의 기술을 따라 잡으려 노력했지만, 이번 소송의 결과는 추격자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기업들은 추격자가 아닌 혁신을 통한 1인자(First Mover)를 방향설정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업차원의 소송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힘과 역량을 키울 시점이 온 것이다.
하지만 꼭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즉, 애플이 지난 21일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5'가 바로 우리의 강점인 롱텀 에볼루션(LTE) 통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점을 두고 삼성과 애플간 '제 2차 특허전쟁' 맞불작전에 돌입했다고도 한다. 다행히도 삼성이 LTE관련 통신의 표준특허 및 상용특허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다. 표준특허는 어느 정도 대가를 내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상용특허는 독점적 이용권을 주장할 수 있는 특허다. 전 세계적으로 LTE 표준특허는 삼성전자가 1177건으로 전체대비 9.36%를 점유하고 있다. 애플은 10위안에 없다. 애플이 도망갈 구멍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는 지난해 ETRI에 의해 세계 최초로 LTE이후의 진정한 의미의 4세대 통신인 LTE-Advanced 시스템도 개발하지 않았던가? 기술이 탄탄하고 특허가 뒷받침이 되는 이상 더 이상 비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시장이 움직이면 자연스레 마케팅은 따라가기 마련이다. 올해도 ETRI는 미국특허 종합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 대학, 정부기관 등 237개 기관을 제치고 얻은 쾌거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IPR 팩토리'로서 명성을 널리 떨친 것이다. 최근 부각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표준특허를 250여개나 확보하고 있다. 표준특허 하나의 가치는 대략 1000만달러에 달한다. MPEG4-AVC를 비롯, 총 9개의 특허풀에 가입돼 있고 아울러 3G 표준특허 소송 등과 같은 공격적 특허경영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IT는 앞으로도 미래가 밝다.
정길호 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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