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갈꽃비 - 정전기가 일지 않는 착한 빗자루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갈꽃비 - 정전기가 일지 않는 착한 빗자루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09-11 14:11
  • 신문게재 2012-09-12 21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가을이 선뜻 다가온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은 싱그럽기만 하다. 설익은 들녘은 황금물결을 준비하고 있고 한낮의 따가운 햇살은 만물의 결실을 재촉하고 있다. 회색빛 도심을 벗어나 들길이나 강가를 걷노라면 꼿꼿한 자태를 뽐내면서 기름진 머리칼과 같이 매끈한 꽃술을 바람에 흩날리며 자랑하고 있는 갈대가 있다.

마음을 종잡을 수 없거나 연약함을 일컬을 때 “갈대와 같다”고 하기도 하지만 갈대는 강하고 질긴 줄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번식력도 뛰어나 어느 식물보다도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갈대 잎으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갈대 끝에 매달고 달리면서 돌리던 기억 또한 새롭다. 갈대는 쓰임새 또한 뛰어나서 기와나 초가집 담장에 벽을 치거나 추녀를 들일 때 엮어서 속심으로 쓰고 그 위에 흙맥질을 하면 매우 튼튼하여 반영구적이었다.

갈꽃비는 바로 이 갈대의 꽃을 뽑아서 만든 빗자루다. 이 갈꽃비는 매우 촘촘하고 고와서 미세먼지나 머리카락 등을 쓸어내는 방비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벽지나 문종이에 풀을 발라 붙일 때 풀비로도 아주 그만이었다.

갈꽃비를 만들 때도 마당을 쓰는 데 쓰는 수수머리나 댑싸리 또는 싸리나 대나무 잔가지로 만들어 쓰는 빗자루보다 훨씬 더 정성들여 만들었다. 주로 방안에서 썼기 때문에 오색물감으로 물들인 실이나 끈으로 갈꽃을 묶어 만들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장식미까지 갖추고 있었다.

갈꽃을 뽑아서 그대로 말리면 그 줄기가 부러지거나 꽃술이 쉽게 부스러져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갈꽃이 활짝 피기 전에 뽑아서 옅은 소금물에 삶아 그늘에서 잘 말리면 좀이 먹거나 곰팡이가 피지 않고 질겨져서 잘 부스러지지 않아 닳아서 몽당 빗자루가 될 때까지 오래도록 쓸 수 있었다.

갈꽃비는 요즘의 화학제품이나 짐승 털로 만든 빗자루와 달리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아 미세먼지와 머리카락을 쓸어내는 데 아직도 그만한 것이 없다. 특히 머리카락은 정전기가 일어나면 빗자루 사이사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갈꽃비는 그럴 걱정이 전혀 없는 착한 빗자루이다.

들길이나 강가를 거닐다가 갈꽃을 보면 한 줌 뽑아다가 삶아 말려 작은 갈꽃비를 만들면서 옛 추억과 슬기에 잠겨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5.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4.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