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씨뿐 아니라 최근 90년대 복고에 빠진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한때 복고라 하면 70~80년대를 떠올렸지만 이제 대세는 90년대다.
영화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클래식'은 70년대, '써니' '댄싱퀸' 등은 8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방송에서도 복고는 70~80년대 세대의 전유물이었다. 2010년 복고열풍을 몰고온 MBC '놀러와'의 세시봉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복고 감성라는 프레임에 1990년대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첫 스타트는 영화 '건축학개론'이 끊었다.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멜로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쓴 이 영화는 메인 OST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외에도 90년대를 추억하는 아이콘들이 가득 담아냈다.
이후 90년대 복고는 TV 드라마를 통해 그 영향력을 확장시켜 나갔다. SBS '신사의 품격'은 꽃신사 4인방의 프롤로그를 통해 90년대 감성을 자극했다. 벽돌만한 휴대폰을 들고 신기해하거나, '모래시계'를 함께 보는 모습은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또한 tvN '응답하라 1997'은 1997년 부산을 배경으로 H.O.T에 빠진 여고생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팬클럽, 굿즈 등 현재와 같은 팬덤이 만들어지던 시기를 자세하고 현실감있게 재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상 문화에서도 90년대 복고감성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 강남역 인근을 대표하던 힙합 클럽 할렘은 최근 90년대 음악을 틀어주는 클럽으로 유명한 '밤과 음악 사이'로 바뀌었다. H.O.T, 젝키, 엄정화, 김현정 등 추억의 노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처럼 90년대가 복고 트렌드로 부상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디어 소비계층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라고 분석했다.
배상준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복고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며 “미디어를 주도하는 세대는 20~40대인데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 미디어 주 소비계층으로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90년대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움에 재미를 느끼면서 90년대 대세 현상은 더욱 뚜렷해 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90년대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복고다”며 “회고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어린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주는 시기다”고 전했다. 또 “90년대는 노래방, 클럽, 인디음악, 모바일 등 지금의 대중문화의 원형이 만들어진 '문화 폭발기'다. 매력이 넘치는 시기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호의 대상이 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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