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과 낙종 사이… 오늘도 한줄 기사에 청춘을 건다

특종과 낙종 사이… 오늘도 한줄 기사에 청춘을 건다

해뜨기 전 경찰서 찾는 사회부 막내 기자, 데드라인 초침소리에 키보드는 불이 나고 갓나온 기사들이 지면으로 편집되는 시간, 제목과의 외로운 싸움은 이어지는데…

  • 승인 2012-08-28 19:11
  • 신문게재 2012-09-03 14면
  • 조성수 기자조성수 기자
[창간 61주년] 편집국 24시

▲ 중도일보 편집국 소속의 취재, 편집, 사진, 교열, 디자인팀 기자들이 취재현장과 사무실에서 신문을 만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중도일보 편집국 소속의 취재, 편집, 사진, 교열, 디자인팀 기자들이 취재현장과 사무실에서 신문을 만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벌써 61년, 사람나이로 치면 환갑이다. 1951년부터 뉴스를 생산하던 중도일보가 창간 예순 한 번째 생일을 맞았다. 신문 한 부가 제작되기 까지는 120여명의 중도일보 직원들의 헌신이 담겨 있다. 신문은 특성상 누구 혼자 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취재부터 편집, 교열, 디자인, 제작까지 서로 호흡이 생명이다. 자칫 어느 한 곳에서 실수가 나오면 한 순간에 독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기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기사 한 꼭지, 지면에 모든 고민과 정열을 쏟아붓고 있다. 기나긴 고민 끝에 지면에 실린 기사와 제목들. 그 뒤엔 담배 한 모금에 지친 몸과 스트레스를 달래고 사무실 한쪽에서 잠시 새우잠을 취하는 직원들도 있다. 중도일보의 24시간을 들여다봤다.

▲30일 새벽 5시 30분, 중도일보 하루의 시작
중도일보에 보도되는 기사를 찾기 위한 기자들의 활동은 해가 뜨기 전부터 시작된다. 편집국 사회부 막내 기자의 일과부터 신문을 만들기 위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해가 뜨기 전 새벽시간 집을 나선 사회부 막내기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대전 둔산경찰서로 향한다. 회사에 입사 후 처음 며칠 간은 경찰서를 드나든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내기자는 이제 제집 안방 드나들듯이 경찰서를 출입한다. 밤사이 무슨 사건은 없었는지, 누구의 억울한 죽음은 없었는지, 사회부의 특종거리를 찾아서 졸린 눈을 비비며 경찰서를 돌아다닌다. 경찰관들과 기사를 취재하고자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다반사다.

이제는 제법 능숙해져 강력팀장과의 몇 분간 실랑이 끝에 단신기사 한 건을 건져 사무실로 발길을 돌린다.

▲오전 8시 30분, '우리는 항상 기사에 목마르다'
사회부 막내기자가 밤사이 어떤 사건사고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회사로 출근하면 경제부, 정치부, 문화부 등 기자들도 다른 신문들을 훑어읽는데 집중한다. 자신이 취재한 기사가 어떻게 나갔는지, 같은 내용을 타사의 기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썼는지 취재못지않게 중요하다. 확인하지 못한 사건, 중요행사가 없는지 재차 정독한다. 이후 기자들은 각자 오늘 취재 목표를 세우기 위한 고뇌에 들어간다.

또 오전부터 쏟아져 나오는 각 출입처의 일정 등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의 취재계획, 독자제보, 만나야 될 취재원 등 빠듯한 일정은 늘 변함이 없다. 취재기자들은 오전 9시에 아침회의를 마치고 썰물 빠지듯 취재현장으로 빠져나가며 사무실이 썰렁해진다.

사회부 임병안 기자는 “기사를 놓칠 때도 있고 특종을 하는 기사를 쓸 때도 있다”며 “기자란 직업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좋은 기사를 놓치기도 하지만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또 다른 중요한 기사들이 넘쳐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오후 2시, 다시 북적북적해지는 사무실
쥐 죽은 듯이 조용했던 중도일보 사무실은 오후가 되면 하나 둘 사무실에 복귀하는 취재기자와 출근한 편집기자 등으로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취재기자들은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물을 가져와 기사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추가취재를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기사에 항의하는 민원인들과 입씨름하기는 일상이다. 일부 중간에 계획했던 취재가 어긋나기도 하며 막상 큰 마음 먹고 취재에 나섰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수년이상의 경력을 갖춘 중도일보 기자들은 낙담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취재에 열을 올린다. 늦은 밤까지 일해야 할 편집기자들은 자신이 맡을 그날의 편집지면을 확인하고 신문 편집 준비에 들어간다. 신문사는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진짜 사무실스러운 맛이 난다.

▲오후 6시 데드라인(deadline), '하늘이 무너져도 마감시간은 지킨다'
취재기자들의 마감시간. 마감시간을 맞추고자 취재기자들의 노트북 키보드는 그야말로 불이 날 지경이다. 프린터에서도 쉴새 없이 데스크가 수정 및 확인한 기사들을 쏟아낸다.

편집부국장, 편집국장의 손에는 이날 생산된 따끈한 기사들이 쌓이며 지면배치를 위한 고민에 들어간다. 이제 편집기자들이 본격적인 실력을 발휘할 차례다. 기사 편집이야말로 신문사의 꽃이라 칭할 수 있다. 편집기자들은 각자의 책상에 앉아 지면에 보도될 인터뷰 대상의 이름이나 수치의 오류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신문 지면의 기사 배치를 토대로 편집회의도 한다. 회의시간에는 각자가 생산해 낸 제목과 타사의 제목, 서로 더 눈에 띄는 제목을 찾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어떤 배치가 가장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지 몰두한다. 편집기자들은 기사배치 후 기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제목을 생산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에 돌입한다. 제목은 기사의 힘을 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디자인팀은 그래픽 작업에 교열부는 오타를 허용치 않겠다는 듯 매의 눈으로 신문을 뜯어본다.

편집부 이은지 기자는 “기사를 독자에게 맛나 보이는 요리로 가공하고 꾸며주는 것이 편집”이라며 “깔끔하면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제목도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 신문사의 심장부. 중도일보 제작국 직원들이 방금 생산한 따끈한 신문을 살피며 인쇄상태, 오탈자를 확인하고 있다.
▲ 신문사의 심장부. 중도일보 제작국 직원들이 방금 생산한 따끈한 신문을 살피며 인쇄상태, 오탈자를 확인하고 있다.
▲오후 9시 30분, 신문사의 심장부 윤전기의 굉음

편집기자들이 지면에 쏟아낸 작품이 윤전기로 넘어간다. 윤전기는 굉음을 내며 돌아간다.

신문 제작국의 업무는 이제 시작이다. 안재흥 부국장과 제작국 6명의 직원은 윤전기를 점검 후 한 시간에 걸쳐 지면을 필름으로 작업해 윤전기를 가동시킨다. 이때 제작국의 온도는 32℃에 달하며 여름철 대낮을 연상케 한다. 윤전팀 직원들은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윤전실에서 뛰어다니며 신문을 살펴보고 윤전기를 조정하는 일을 반복한다.

제작국 안재흥 부국장은 “동료가 좋은 기사로 독자에게 선보인 만큼 제작국도 좋은 인쇄로 화답하려고 노력한다”며 “경쟁사보다 좋은 기기로 인쇄하고 좋은 품질의 용지로 독자에게 승부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31일 0시. 윤전기에서 생산된 따끈한 신문이 차에 실리며 지역 각지로 떠나면 업무는 완료된다. 보급소로 발송된 신문은 다시 신문배달사원의 손을 거쳐 독자에게 신선한 아침뉴스를 제공한다. 매일 반복되는 기자들의 취재, 편집, 제작 과정부터 다음날 새벽 배달까지 중도일보 신문은 이렇게 세상에 나온다.

조성수ㆍ강우성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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