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提)는 손 수(手)에 바를 시(是)를 짝지어 놓은 글자다. 손으로 사물을 바르게 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끌다”, “들다”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한나라 무제 때의 일이다. 한무제의 증손자인 유순은 태어난 지 몇 달이 되지 않아 사건에 연루되어 옥에 갇혔다. 당시 감옥을 관장하던 병길이라는 관리가 유순을 불쌍히 여겨 돌보았다. 얼마 안 되어 한무제는 장안의 감옥에 천자의 기운이 돈다는 소문을 듣고 모든 죄인을 죽이라고 명했다. 그러나 병길은 끝까지 유순을 지켜냈다. 이후 20여 년이 흘러 유순이 황제가 되니 그가 바로 선제다. 병길은 큰 공을 세웠지만 묵묵히 일만 하며 비밀을 지켰다(絶口提).
어느 날 이를 잘 알고 있는 한 관리가 선제의 어린 과거에 관해 고했다. 사실을 알게 된 선제는 그에게 큰 벼슬과 땅을 하사했다. 그러나 병길은 거절했다. 이에 선제는 “그대는 나를 은혜를 모르는 부덕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구려” 하고 화를 냈다. 이 말을 들은 병길은 선제의 보답을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절구부제는 “어떤 일에 대해 확실하게 비밀을 지킨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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