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호 대전시노인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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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지관 어르신 문학작품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자의 제명(題名)이다. 그 글귀 중에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으니 노인된 것을 어찌하랴, 흘러가는 세월과 더불어 이 세상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되기 마련이다. 노년은 곧 기회이다”라고 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기대수명이 서울(80.39세), 제주(79.30세)에 이어 대전(79.21세)은 세 번째로 높다. 대전은 정서 및 문화적인 여건이 좋은 환경요소의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본다.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복지관에 오시는 어르신은 직원이 출근하면 함께 들어와 노래방에서 1~2곡 부르시고 옥외 휴게실에서 담배 한대 피우신다음 어디론지 나가신다. 또 10시부터(또는 그 이전) 식당에서 점심을 기다리는 어르신, 9시에 출근해 장기, 바둑, 탁구, 당구 등을 두루 섭렵하시는 어르신, 유성에서 3000원의 용돈을 가지고 무료 지하철을 타고 오셔서 천원에 점심식사하시고 친구들과 커피 한잔씩 나누며 친구 없는 날이면 천원을 남겨 퇴근하시는 어르신, 중국 여행에 다녀오신 어르신은 시립복지관이 최고라며 그리움으로 말씀하신 어르신, 아침 건강체조 때문에 당뇨병이 나았다고 도마동에서 아침 일찍 온다는 어르신, 매일매일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 준다며 감사의 말씀을 하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매우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올해부터 고령사회 도래가 가속화되고 총부양비 증가 추세로 전환되어 고령화율이 날로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베이비부머 10명중 5명 이상이 퇴직이후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후 준비는 13.9%에 그쳤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10년 안에 100세 시대가 온다는데 취약계층 노인과 베이비붐 세대 등은 80세 시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이제 오래살기 보다는 잘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노인복지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요즘이다. 그러므로 잘 늙어 가는 길은 점점 어렵게만 느껴진다.
노년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지금부터 걸어가는 길이 모두 함께 가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60세가 되었다고 노인복지관을 이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5~10년 후 탈 노인복지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는 시작되었다고 판단된다.
지금의 프로그램이 과연 현실적인 의미를 얼마나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현실과 미래의 축으로 노인복지관 운영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미래의 베이비부머들이 노인세대에 편입되었을 때 이들의 욕구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거부하고 부정적이며 그 변화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변화를 멈출 때 비로소 늙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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