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맹주를 자처해 온 자유선진당의 몰락이 일정부분 예견돼 왔지만, 선거 결과 선진당은 충남에서 3석을 건지는데 그치며 사실상 소멸 위기에 처하게 됐다.
반면 앞선 두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대전과 충남에서 의석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던 새누리당은 이번에 대전과 충남에서 모두 7석을 확보, 충청권 25개 의석 중 12석으로 절반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민주통합당도 대전과 충남에서 각 3석과 4석으로 선전했으며, 충북에서도 3석을 얻어 모두 10석을 건졌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보면 결국 충청권에서는 정권심판론에 기댄 민주통합당이 일정 부분 약진과 선전을 거두기는 했지만, 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영향력도 상당 부분 확인된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충청권에서도 예견됐던 전국 선거의 여야 일대일 구도가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대선과 연결된 이번 선거 구도에서 제3당인 자유선진당의 입지가 축소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선거 구도 하에서 대전과 충남은 이번 선거를 통해 충북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여야 양당 구조로 재편과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결국 향후 대선 정국과 맞물려 팽팽한 여야의 대결 구도에서 표심을 알 수 없는 충청권의 캐스팅보트 역할로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또 이번 선거를 통해 창당 4년만에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게된 선진당은 향후 대선 과정에서 흡수 합당 내지는 각자도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 요충지였던 세종시에서 심대평 대표 마저 낙선함에 따라 선진당은 사실상 구심점 자체를 형성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또한 대선 이후에도 현실적으로 '포스트 JP', '포스트 이회창ㆍ심대평'의 역할을 할 만한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충청권 기반 정당의 재건이 힘들어 질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의 경우 '박풍'의 영향력을 일정부분 확인함에 따라 총선의 여세를 대선까지 몰아가기 위해 자유선진당과의 연대ㆍ합당 등을 추진하며 충청권에서의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도 총선에서 확보한 충청권 교두보를 발판으로 다시 한번 정권교체의 요충지를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세종시 원안 사수의 공을 내세운 박근혜 위원장의 영향력아래 충청권 승리를 이끈 새누리당과 노무현 정부와 '세종시 기획자'의 상징성을 내세워 이해찬 전 총리를 당선시킨 민주통합당 모두 다시 한번 세종시 문제를 고리로 충청권 표심을 공략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