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민 대표 |
몇 번의 연락을 거쳐 지난달 30일 보문산에서 만난 대전아쿠아월드 김승민 대표<사진>는 말문을 어렵게 열었다.
지난해 말 대출금 미상환으로 시설 전체가 법원에 붙여지고 2월 말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으며 지난달 1차 경매에 새로운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 등 수족관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선 대전아쿠아월드에 있는 물고기를 향후 새로운 운영자에게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월급도 주지 못하는데 직원 몇 명이 자원해 남아 물고기를 지키고 수족관을 관리해주고 있다”며 “(수족관이 계속 유지되고 직원들도 안정적으로 고용될 수 있다면) 수족관의 물고기는 (새로운 인수자에게)그냥 드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본 기업에서 수족관과 관상어 사육을 배운 후 국내에서 관상어 무역업을 하며 전문성을 키워왔으며, 대전아쿠아월드의 희귀 물고기는 대부분 김 대표가 6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모은 것과 직접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족관 내 물고기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지만, 개장 당시 은행에서 물고기의 자산가치를 50억여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특히, 인력과 자본 부족으로 물고기가 잇달아 폐사하는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몇 년간 키워온 피라루쿠가 사료를 잘못 먹어 얼마 전에 폐사했다. 친구처럼 아끼던 생물을 잃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무기한 휴업한 채 물고기의 생명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를 묻자 “사료비가 월 1000만원씩 들어가도 지금까지 어떻게든 유지해왔지만, 무기한 유지한다는 장담은 못하더라도 이달 중순까지는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지만, 수족관을 관광상품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또 현실적인 노력 없이 '대전아쿠아월드 정상화'를 공약하는 선거분위기에도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산에 물고기가 왜 있어야 하느냐며 시설을 밀어버리자고 이야기하는 정치인도 있는데 수족관의 교육적 효과를 모르는 말씀이라 안타깝다”며 “전국에서 신성장산업으로 관상어 수족관을 키우고 있는데 대전에서만 잘 갖춘 수족관 시설마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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