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TV 광고에는 유명 여성 연예인이 대학 강의실에 발랄하게 등장하며, 블루투스를 이용해 “나랑 같이 음악 들을래?”하는 장면이 있었다. 근거리 무선통신을 이용한 예다.
하지만, 이젠 상대방의 손만 잡아도 그 사람이 듣고 있는 음악은 물론 문서, 동영상, 개인정보까지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인체통신' 기술이다.
이는 사람의 몸(손, 발)을 마치 LAN 케이블처럼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으로, 별도의 전력소비 없이 사람의 인체를 통해 전기적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통신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술인 것이다.
복잡한 연결 절차 없이 관심 있는 기기간의 간단한 접촉만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TV 간에 인체를 통해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몸이 부도체가 아니라 전기를 약간 전달할 수 있는 전도성(傳導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몸을 통해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명함을 주고받지 않아도 악수만으로 필요에 따라서는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 또 이전에는 휴대전화에 잭이나 젠더를 끼워 PC에 연결해야만 휴대폰 사진을 출력할 수 있었지만, 이젠 휴대폰을 터치만 해도 휴대폰 속 저장된 사진파일을 출력하거나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정보교류를 하는 데 있어 사람의 몸을 매개로 전기를 활용한다면 전자파의 걱정은 없을까 염려될 수 있다. 결론은 '괜찮다' 이다. 왜냐하면, 인체통신에 사용하는 전기적 노출량은 우리가 건강검진 시 받는 체지방 측정계의 1% 양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체에 해가 전혀 없다.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20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할 숫자다. 길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인터넷이 스마트폰을 통해 최대 수십 Mbps로 콸콸 터지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우리 IT 첨단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인체통신을 세계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려놓게 될 것이다. 바로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세상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입는 컴퓨터의 등장도 머지않은 듯하다. 팔뚝에 차는 컴퓨터, 키보드, 모자 챙에 달린 스크린, 선글라스에는 모니터, 옷의 어깨에는 태양광 배터리 등과 같이 말이다.
2009년 ETRI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체통신 기술이 최근 국제표준에 채택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의 기술이 또 한 번 전 세계의 표준(Standard)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인체통신 기술이 본격 상용화되면 기술료 수입 또한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비쿼터스 시대, 인체통신 기술이 또 하나의 새로운 통신방식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다.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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