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기 전에 집터가 좋은 지 나쁜 지부터 살피는 경우를 종종 본다. 풍수지리학 차원에서 집터에도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를 신경쓰는 건축주들도 많다.
풍수지리학회에 따르면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입지조건으로 지리(地理)가 으뜸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리에서도 잘 아무려진 좁은 수구로 빠져 나가는 곳에 조밀하게 둥근 산이 막고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뻗어가는 넓은 들판, 양명한 하늘을 볼 수 있는 확트인 마을의 형세를 갖춘 곳이 길지라고 한다. 또 안온하게 감싸고 있는 산들의 모양, 길기를 느낄 만한 흙의 빛깔, 구곡수가 마을을 흘러드는 유연한 물길, 마을을 향해 다소곳이 조응하는 조산 등이 있는 곳 또한 명당 터라 할 수 있다.
현대 풍수지리학에서는 좋은 집터와 나쁜 집터의 기준을 다음과 같은 항목을 통해 파악토록 하고 있다. 우선 수맥이 흐르지 않는 곳이 좋다. 또 집의 좌향은 남쪽방향, 남동쪽이 좋다. 집 안마당에는 집보다 큰 나무가 없는 집이 좋다. 고층 아파트 사이에 끼어있는 저층 아파트의 집이나 가옥은 좋지 않다. 아파트의 베란다는 개조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집이 크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무덤이 있었던 자리는 피해야 한다. 집주위에 고압전류나 송전탑이 있는 곳과 외딴 집이 있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재래식 화장실이나 축사, 두엄, 쓰레기 매립장, 골짜기를 보토한 땅은 집터로 바르지 않다. 큰 공장이 있었던 땅과 큰 나무나 고목이 서 있었던 곳, 암석이나 자갈이 많은 땅, 점토가 많아 질퍽거리는 땅은 피해야 한다.
풍수지리학회 관계자는 “집터에 대한 현대적인 시각을 충분히 살펴 집을 짓는 게 좋다”면서 “현대적인 생활풍수는 단순히 미신적인 성격보다는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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