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역사교육을 소홀히 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지난해 한국사를 고교과정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긴 했지만 이전에는 고교 3년 동안 한국사를 전혀 배우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게 해 역사교육을 고사(枯死)시키다시피 했다. 정부도 한ㆍ일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과거사 문제를 잘 거론하지 않았다. 배우지도 않았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으니 모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제의 위안부 강제동원은 세계사에 유례 없는 성노예ㆍ인신매매 사건이다. 아픈 과거사지만 알아야 일본의 전쟁 범죄 행위를 고발하고,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도 촉구할 수 있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알아야 한다. 일본은 2009년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강제동원 위안부 관련 사실을 아예 빼버렸다. 후안무치한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 청소년들은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다만 우리 고교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의 태도에 강력한 비판의식을 나타낸 것은 다행스럽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만 등 당사자 의회는 물론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유엔인권위 등이 잇따라 일본을 규탄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으로 거부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의 침묵은 여성들을 일본군 성노예로 내몬 과거의 비인도적 범죄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역사적 매듭 해결에 소극적인 정부의 대응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까지 나온 현실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하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 청소년 역사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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