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을지대 총장은 “그동안 규모, 자립구조 등 성장에 큰 비중을 뒀다면 이제는 우선순위를 을지 구성원들이 행복해지는 것에 두고 싶다”며 외부의 잣대보다 내부 직원들의 행복지수 높이기를 최우선 경영철학으로 강조했다. '가슴 따뜻한 성숙한 사회인 양성을 최우선 목표로 여긴다'는 박 총장의 교육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강한 외모 속에 따뜻한 미소가 오묘하게 잘 어울리는 박 총장을 만나 산부인과 전문의의 삶을 접고 '잘나가는 대학 경영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을지 병원이 대전에서 문을 연 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지역 사회와 소통이 잘 이뤄졌다고 생각하는가.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도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있다. 충남대와 건양대 의대와 달리, 을지대는 대전충청 지역 출신 학생들보다 수도권 출신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런 현상 때문에 의대 졸업후 대전ㆍ충남에 남은 학생들이 드물다. 교육기관이 위치한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역 인재를 양성해서 지역에서 활동하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전ㆍ충남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도 여러 각도에서 모색했지만 방법이 없다. 결국 재단에서 고등학생 가운데 의료인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데 지역 학생들에게 많이 주고 있다.
-을지대 다른 캠퍼스와 달리 대전캠퍼스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말해달라.
▲올해 대전캠퍼스에는 학생편의 중심의 증축 및 리모델링 등 대대적인 시설 투자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제 2생활관을 완공해 기숙사 희망 학생 전원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대학본부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2개 층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계단식 강의실 5개와 일반강의실 2개, 400석의 대강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범석관과 을지관도 전면 리모델링이 이뤄질 전망이다. 범석관에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산실습실과 도서관 및 열람실이 선보인다. 을지관 1층에는 운동실이 마련돼 학생들의 체력 증진은 물론, 활기찬 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0년, 2011년 2년 연속 졸업생 1000명 이상 전국 4년제 일반 대학 중 취업률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다. 다른 분야에 눈 돌리지 않고, 보건ㆍ의료 특성화라는 한길만 걸어왔기 때문이다. 보건ㆍ의료 특성화라는 것은 바로 헬스 테크놀로지(HTㆍHealth Technology)분야에 교육과 연구를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HT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또 취업지원센터를 취업지원처로 승격, 학생들에게 다양한 취업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현장형 전문인 초청 특강(강좌) 개최, 잡카페 운영(취업정보 검색실, 취업정보 관람 공간, 모의 면접 공간), 상시 진로지도시스템을 운영하여 학년별 취업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입사전형경진대회 및 취업아카데미 개최, 취업(면접)가이드 제작, 잡카페 프로젝터 영상 면접기 운영 등 다양한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상시 인재 추천 시스템과 취업통계 관리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 분석해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진로지도 교수의 역할 강화, 학과(전공)별 취업지원 활동 등 산업체 발굴을 통한 취업문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간호국시 11년 연속 100% 합격, 안경사ㆍ의무기록사ㆍ응급구조사 1급 국가시험 100% 합격 등 학생들이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을지대만의 특별한 교육 방법이 있나.
▲놀라운 성과는 현장 위주의 실무교육과 1대 1 교육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먼저 우리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148.5%로 전국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교수가 학생 개개인과 직접 대면하는 1대 1 교육, 이른바 'Tutor(가정교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 을지대학병원과 서울 노원 을지병원 등 현장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는 풍부한 의료교육 환경과 장학제도 등 면학분위기를 살리는 교육행정 등이 이번 성과의 배경이 된 것 같다.
-교과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4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을지대의 어떤 점이 정부의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나.
▲을지대는 졸업생 취업률을 비롯해, 재학생 충원율, 국제화 수준, 전임교원 확보율 등 각 사업별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재학생 충원율 116.6%, 전임교원 확보율 148.5%로 전국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화 수준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10개국, 23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한 것에 이어 추가로 30개 세계 대학으로 확대했다.
2007년 지식경제부가 제안한 '지역혁신센터(RICㆍRegional Innovation Center)구축 사업'에 선정돼 10년간 모두 147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 등 보건ㆍ의료 산업 분야 최우수 대학으로 평가받았다. 2009년 기술혁신대회 교과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보건ㆍ의료사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 산업의 핵심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을지대가 내세우고 있는 특성화와 차별화는 무엇인가.
▲'열 번 듣는 것보다 직접 한 번 경험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학 내에 MRI나 CT처럼 대형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현장 위주의 첨단 의료 환경을 구축, 국내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미세포절단기, 전자현미경 등 200여 종의 고가 기자재를 구비해놓았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일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현장 위주의 첨단 교육을 통해 을지대 학생들은
언제든지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실무인'으로 양성된다고 자신한다.
또한 을지대는 유독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학과가 많다. 1994년 응급구조학과 신설을 시작으로 응급구조사라는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999년 장례지도과, 2008년 중독재활복지학과ㆍ여가디자인학과, 2010년 의료홍보디자인학과 등 의료복지와 관련한 신선한 학과들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장례지도학과는 지난 10여년 동안 1000여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 국내 장례문화를 밝게 변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자신한다.
● 박준영 총장은?
부친인 박영하 을지재단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산부인과 전문의인 박준영 총장은 1997년 을지의대 설립, 1998년 서울보건대학 운영 경험을 살려 2007년 이 두 대학을 통합시켜 국내 유일의 보건ㆍ의료 특성화 종합대 '을지대'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서울 근무일에는 오전 4시, 대전 출근시 오전 3시 등에 기상하는 전형적인 얼리 버드( early bird)다. 그는 부족한 잠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제 별명이 '반창고'예요. 어디서나 머리만 대면 잠을 잡니다. 부족한 잠을 자동차에서든지 틈틈이 쪽잠으로 충당하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수행 비서없이 손수 모든 일정을 챙기는 박 총장은 점심도 사무실에서 면이나 김밥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일을 하는, 본인도 인정하는 '워크 홀릭(workholic)'. 박 총장은 을지대병원 1층 로비 배 모형, 5층 총장실 옆 비행기 모형을 직접 조립할 정도로 조립식 장난감(프라모델) 수집 마니아기도 하다. 그의 부친인 박영하 회장이 1977년 대전ㆍ충남지역 최초 종합병원인 '을지병원'을 개원, 30년 넘게 대전을 지키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 사회에서 거부감을 받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나 아니면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직원에게 '믿고 맡기는 연습 중'이라고 했다.
■약력
-1959년생.
-용산고, 한양대 의과대학(학ㆍ석ㆍ박사), 일본 경응의숙대학 의학부대학원 산부인과학(박사)
-의료법인 을지병원 이사장, 일본 게이오대 의학부 객원교수, 한양대 총동창회 상임이사,우리민족 서로돕기 공동대표, 대한병원협회 감사, 한국장례문화 개혁협의회 공동대표, 일본 산부인과 학회 정회원, 일본 불임학회 정회원, 미국불임학회 정회원
-자랑스런 한국인상(2003년), 사회책임 경영대상 인권(의료지원) 부문 대상(2006)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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