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외여행을 하거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의사소통 문제다. 그 나라 말을 잘 모르면 편하고 즐겁게 여행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스마트휴대전화기 하나면 걱정 끝인 세상이 왔다. 자신의 휴대전화기에서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 앱)을 내려받아 실행시키면, 관광·여행분야 관련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통역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내 손 안의 동시통역사'를 두게 되는 셈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제주도에서 “성산 일출봉은 어떻게 갈 수 있나요?”라고 휴대전화기에 대고 물으면, 10초도 안 돼 폰 액정에 자막이 뜨면서 영어 음성으로 자동통역을 해준다. 반대로 영어로 물어보면 한국어로 대답해준다.
실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지난해 말 본 기술의 개발에 성공해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 동네 슈퍼마켓 아주머니도 외국인에게 자유롭게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ETRI의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 기술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으며 구글(Google)보다 15% 이상 우위를 보이고 있다. 관광·여행분야 단어 15만 개가 앱에 내장돼 있어 거의 90%까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앱만 깔면 즉시 통역이 되는 것이다.
본 기술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서버에 원격접속 해 통역이 이뤄지는 '서버형' 방식이다. 물론, 스마트폰에 내장해 네트워크 연결 없이 자동 통역되는 '단말 탑재형(한국어 13만 단어급)' 방식도 이미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와 달리 네트워크 상황이 좋지 않은 외국에서 유용한 방식이다. 단말 탑재형 방식 기술은 미국 카네기 멜론대(CMU)의 'Jibbigo'보다 훨씬 기술이 앞서 영어는 5만5000단어급 어휘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탄생하기까지는 기초연구를 포함해 16년이나 걸렸다. 자동 통번역 기술은 '음성인식', '자동번역', '음성합성'기술 등의 핵심기술이 필요한 복합기술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개발해야 하기에 총 6개의 핵심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2020년 관련 시장규모는 총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어 교육교재가 개발되면 사교육비도 줄어들 전망이다.
본 기술은 앞으로 올 5월부터 열리는 여수 세계박람회를 비롯해 런던올림픽, 2014년 인천아시안 게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서비스를 적용해 볼 계획이다. 이를 통해 IT강국 코리아의 참모습을 또 한 번 전 세계인에게 알려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일반인은 내년 말쯤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아울러 영어 외에도 일어(5월), 중국어(2014년), 스페인어, 불어 등 7개 국어의 추가 적용에도 힘쓸 계획이다.
자동통역 기술이 완성되는 날, 세계 공용어로 알려진 '에스페란토(Esperanto)'어 없이도 글로벌 공동체가 실현될 것이고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 쌓기도 다시 시작(?)될 지 모르겠다.
정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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