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생은 “선생님들이 잡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진실을 밝히려는 학생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에 대처하려면 담임과 상담교사, 부모, 학생 등 4인 공조가 필수적이다. 공문을 중심으로 한 실적 쌓기 위주의 학교 풍토나 행정업무에 시달리느라 '기본 틀'이 깨져서도 안 된다. 담임교사를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상담교사보다 급우나 학급 사정에 밝은 담임이 얘기하기에 맘 편하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한 학생이 내놓은 “서로 역할을 바꿔 피해학생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은 당장 실행에 옮겨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역할 바꾸기'나 심리극을 상담에 활용하는 학교가 여럿 있다. 이 놀이를 통해 학생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치유하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이날 학생들이 강조한 “10대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 문화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걸맞다.
학생과 학부모는 또 “피해학생에 대한 경찰 조사가 강압적”이라며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달라”, “가해학생에 대한 더 실질적인 처벌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개선의 기회를 주는 선도 차원의 온정적 접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합당한 징벌이 학교폭력의 악순환을 막는 길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양쪽을 포괄하는 가장 적정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경찰이 할 일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원 대전경찰청장은 “각계각층에서 학교폭력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학생들이 신뢰하지 못하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번 옳은 얘기다. 청소년기의 심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에 깔려야만 근본적인 대처방안이 나올 수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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