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엇보다 기성회비를 학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로 외적 환경이 변했다. 기성회비를 더 이상 49년 이어온 전통처럼 고수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기성회비로 급여를 지급받는 정규직 직원이 20~30%에서 일부 지방 국립대의 경우 50%까지 육박해 여건상 당장은 걸림돌이 적지 않다. 대학 운영에 차질이 빚어져도 안 되기 때문이다.
설령 지금 어떠한 선진화 방안을 내놓아도 개선해나갈 대안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기성회비는 통합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더라도 법과 제도의 뒷받침 없이 대학 독자적으로 풀기는 버거워 보인다. 기성회비 관련 법률이 통과된다고 해묵은 문제가 오래된 체증 내려가듯 일시에 해소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편법 기성회비 논란의 본질을 파고들면 중장기적인 실현 과제라는 점은 명확해진다. 따라서 기성회비 판결을 '무늬만 학부모 기구' 지적을 받는 기성회 체계의 대폭 변화로 가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 다음,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의 격에 맞는 대학교육의 책임성 확대까지 진지하게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지금부터 할 일은 대학의 왜곡된 재정구조를 찾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기성회비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된 국립대학재정회계법안은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한다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립대처럼 기성회비를 폐지하더라도 수업료 대폭 인상을 초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해법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기준을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 완화에 둬야 하는 이유에서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 대학에서도 다시 반값 등록금 정책 도입 요구가 점화될 태세다. 여기서는 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수업료보다 기성회비가 몇 배 많은 기형적 구조는 1순위 손질 대상이다. 국·공립대 운영비의 변칙적 전가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문과 불만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기성회비 부분을 낮추는 현실성 있는 대안 찾기가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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