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가 상극하는 '토극수'… 정치·경제·남북관계 변화

하가 상극하는 '토극수'… 정치·경제·남북관계 변화

60년만의 흑룡의 해… 조화무쌍한 변화상징 예측불허의 사건 많아

  • 승인 2011-12-29 21:19
  • 신문게재 2012-01-02 11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역술가 민중원씨에게 듣는 국운

경복궁에 가면 용이 하늘로 비상하거나 황금색 용 두 마리가 여의주를 희롱하는 용 문양을 쉽게 볼 수 있다. 용은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리는 신통력을 지니고 있어 농경사회의 절대적 존재로서 왕을 용에 비유한 때문이다.

그래서 왕의 얼굴은 용안(龍顔), 왕이 앉는 의자는 용상(龍床), 왕의 옷은 용포(곤룡포·袞龍袍), 왕의 눈물은 용루(龍淚)라고 했다. 올해는 임진(壬辰)년 용의 해다. 쥐(子)부터 돼지(亥)까지 12지(支)에 해당하는 열두 가지 짐승 가운데 다섯 번째인 용(辰)만 유일하게 현실에 없는 상상 속 동물이다.

역술가 민중원<사진> 씨에게 임진년의 의미와 우리나라 국운, 충청지역의 운세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중국 위나라 장읍이 지은 광아(廣雅)란 책을 보면 용은 9가지 짐승을 부분 조합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낙타의 머리, 사슴의 뿔, 토끼의 눈, 뱀의 목덜미, 소의 귀, 매의 발톱, 호랑이의 발을 가졌다.

하늘과 땅, 물속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용은 조화무쌍한 변화를 상징한다. 숨었다 나타나는 등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용의 해에는 유난히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많은 것이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黑龍)의 해라며 결혼업체와 출산유아용품점 등에서 마케팅이 한창이다. 여의주를 가져 복(輻)을 부르는 흑룡의 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씨는 “주역에서 말하는 오행(五行)가운데 목(木은) 청색, 화(火)는 적색, 토(土)는 황색, 금(金)은 백색, 수(水)는 흑색인데 임진(壬辰)년의 임은 수에 해당되고 진은 요이므로 흑룡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씨는 “2007년 정해년(丁亥年)이 황금돼지해라고 해 이때 아이를 낳으면 재물 복이 많다는 등 엄청난 마케팅을 했던 것처럼 이번 흑룡해도 상술의 일환으로 용이 물을 만나면 조화를 부리니 변화가 더 활발하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임진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임진왜란이다.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400척의 배를 부산 앞바다로 보내 시작된 전쟁은 6년 동안 2차례에 걸친 왜군의 침략으로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지금부터 420년 전 임진년의 일이다. 60년 전인 1952년에는 6·25전쟁이 한창이었다.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올해 총선, 대선까지 예정돼 있는 한반도는 임진년 큰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민씨의 예측이다.

민씨는 “임진년 자체를 보면 천간 수고 지지는 토인데 천간 양수, 지지 양토로서 토극수를 당하는 운세”라며 “2011년 신묘년은 천간 신(辛)은 금이고 지지 묘(卯)는 목으로 금극목이었는데 신묘년의 금극목은 상이 하를 극하는 것이라면 임진년의 토극수는 하가 상을 극하는 운기”라고 말했다.

▲ 좌측사진, 흑룡도(고려대박물관 소장) 우측사진, 문지도-충(忠)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좌측사진, 흑룡도(고려대박물관 소장) 우측사진, 문지도-충(忠)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임진년의 천간 수는 상이고 지지 토는 하인데 물 창고가 아래에 의해 극을 받게 돼 하극상의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란다. 상이 지배층이라면 하는 피지배계층이고 방위상 남한이 하이면 북한은 상이 된다. 상하가 상극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남북관계에서도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운세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떠도는 2012년 종말론과 전쟁론 등은 잘못 지어낸 말들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민씨의 설명이다.

그는 “임진년 하면 임진왜란과 6·25 등 전쟁을 떠올려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같은 임진년이라도 운세의 큰 주기에 따라 길흉이 갈리기 때문에 2012년 임진년은 큰 변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약하니 걱정 말라”면서 “다만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북에 변화가 예상되기에 특별히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씨는 또 “천간과 지지가 서로 극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여야 간, 계층 간, 집단 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화합을 이루려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들려줬다.

오행의 기운은 인간의 행동약식에서 강조되는 다섯 가지 미덕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으로도 볼 수 있는데 목은 인(仁), 화는 예(禮), 토는 신(信), 금은 의(義), 수는 지(知)에 해당하다.

인자함을 상징하는 목은 자라남이고 호기심이며 생명력이다. 예를 상징하는 화는 활발하게 불타오름이며 명랑하고 활동적이다. 토는 믿음인데 믿음을 얻으려면 언제나 똑같은 일관됨을 유지해야한다. 땅위에 건물을 지었다 허물고 전쟁이 일어나도 땅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금은 의리로 나와 남을 가르고 옳고 그름을 가리며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나눔의 작용이다. 마지막으로 수는 지혜인데 고요히 드러나지 않으며 흐르는 물이 결국 어딘가 말없이 고이듯 오랜 기간 쌓아놓은 지식이 적절히 발휘되면 지혜가 되는 것이다.

민씨는 “임진년은 믿음인 토와 지혜인 수가 상충하는 것이니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슬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국가나 조직 내에서도 토극수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금(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세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둔화와 소비자물가상승 등으로 올해도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분석들이 많은데 민씨는 이에 대해 “경제는 수(水)로 표현할 수 있으며 풍수지리에서도 물은 재물에 해당한다”며 “올해는 물 창고이니 경제가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발전도 있을 수 없다는 민 씨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변화의 기운이 많은 올해 결혼, 이사 등 그동안 미뤄왔던 대사를 조화롭게 처리한다면 오히려 개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연희 기자 lyh3056@·동영상=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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