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국가 가운데 결핵 사망률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입는 혜택은 적고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서울지역 2곳과 마산, 목포 등 남부권 2곳 등 결핵전문 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전을 비롯한 충남, 충북, 전북권까지 중부권에는 결핵 전문 치료 시설이 전무한 상태다.
더욱이 대전은 시립병원이나 공공 의료 시설 조차 없어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서울지역 결핵병원은 수도권 환자 이용에도 병실이 부족해 지역 환자들의 이용이 불가능하며, 그나마 목포나 마산 등의 병원에서 전문 진료를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절차가 까다롭다.
이에 본보는 충청권에 결핵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병원 설치를 제안하며, 이에 따른 관리 실태를 짚어보고자 한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51세 한 모씨는 결핵이 의심돼 격리치료를 위해 대전의 A 대학병원에 입원을 의뢰했다.
하지만 격리병상이 없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목포병원으로 전원됐다.
그는 서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목포병원으로 갔다.
52세 정모씨의 경우는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전염시킬 수 있는 다제내성 판정을 받았지만, 치료에 응하지 않고 사라졌다가 길거리 노숙 도중 발견됐다.
그는 결핵 감염 사실을 숨기고 2개월 가량 충남에서 배를 타기도 했다.
지역의 대학병원에서는 장기간 입원이 불가능해 마산 병원으로 전원됐지만 알코올중독도 있어 강제 퇴거와 입원을 반복중이다.
결핵은 감염병 관리 대책의 수립이 필요한 법정 3군 전염병이다.
결핵환자 한사람이 연간 50여 명의 사람들에게 감염을 시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전염력을 가졌다.
지역에는 충남대학교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들이 결핵 환자 진료를 보고 있지만, 전염력을 차단하는 2주 정도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장기 입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격리 병동 수도 부족하지만, 결핵 환자는 수익도 되지 않아 지역 대학병원들이 결핵환자 수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솔직히 대학병원에서 결핵 치료를 체계적으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수익 구조상 꺼리고 있다”며 “충청권이 결핵 환자들에게는 치료받기 나쁜 여건임에는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결핵은 발생하면 최소 6개월 이상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완치할 수 있는 만큼 2주간의 단기 치료로는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다.
이와 관련해 노숙자 무료진료소인 희망진료센터 관계자는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은 결핵 치료를 장기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병원이나 시설 등이 전혀 없어, 결핵 전염에 더욱 노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핵 환자 상당수가 가정형편이 어렵고 자치단체 차원의 관리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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