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6일 입주예정인 첫마을 1단계 아파트 단지내 설치된 '소'를 상징하는 조경시설물이 구제역을 연상시킨다며 철거요청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세종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입주를 목전에 두고, 단지 내 조경 시설물을 둘러싼 관계 기관간 논쟁이 때아닌 해프닝(happening)을 낳고 있다.
20일 행복도시건설청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시 사업본부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최근 세종시 첫마을 입주 준비현장을 방문, 한 조경 시설물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제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직원이 지적한 부적절 시설물은 다름 아닌 '소'. 소가 네 다리를 뻗고 편안히 잔디밭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몸통에는 안장 형태의 잔디가 얹어져있다. 상징물이 마치 지난해 구제역 파동 때 땅 속에 매몰된 소를 보는 것 같아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것이 제거요청 사유다.
총리실 직원은 이번주 들어서도 건설청 및 LH에 이를 지속적으로 요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건설청 및 LH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직원이 첫마을 입주민도 아닌데다, 입주민들도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강변에 위치한 첫마을의 특성과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적용, 소 뿐만 아니라 양, 강아지, 미꾸라지를 들고 있는 소년 등의 다양한 조경 시설물을 표현한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아이들은 신기해 하면서 즐거운 반응을 보였고, 천편일률적인 조경 시설물이 아닌 풍성한 볼거리로 적잖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여기에 파고라, 놀이터, 각종 벤치 등이 한데 어우러져 살기좋은 단지를 잘 형성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건설청 관계자는 “매몰지 현장을 경험한 이들은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조경 시설물에 대해 입주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교체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각종 조경을 비롯해 한데 어울리는 시설물에 적잖은 예산이 투입됐다”며 “교체 예산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첫 입주라는 상징성을 지닌 첫마을 건설 과정에서 겪는 해프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