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다운 행보였다.
박찬호가 자신에게 주어질 연봉 6억원을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는 대신 프로야구 최저연봉인 2400만 원으로 한화와 입단 계약을 하자 야구계는 일제히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이와함께 그의 국내 복귀 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논란도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 박찬호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화이글스 입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
박찬호의 '통 큰 결정'은 지난 19일 구단과의 첫 만남에서 “연봉 전액을 위임해 유소년·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구체화됐고, 구단은 박찬호의 뜻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 선수등록에 필요한 최저연봉(2400만원)으로 계약하는 대신 그에게 책정됐던 연봉 4억원과 옵션 2억원을 야구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박찬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 얼마를 받고 야구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역할을 하고 어떤 배움을 주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로 자신의 국내복귀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박찬호의 이런 결정은 자신의 진정성은 물론 구단의 명분도 살렸다는 점에서 최고의 해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박찬호가 특별법을 통해 한국무대에 복귀를 타진할 당시 일부에서는 '신인지명권'이나 '야구발전기금' 등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특별법 통과 이후에는 연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프로야구 선수등록에 필요한 2400만 원을 받는 대신 자신에게 책정된 6억 원 상당의 금액을 야구발전을 위해 쾌척하는 묘수를 찾아냈다. 박찬호는 공식연봉이 돼버린 2400만원 역시 6억 원과 같은 선상에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모든 짐을 박찬호 자신이 떠안은 모양새가 됐지만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진정성을 살리는 한편, 구단도 박찬호를 데려가는 일종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는 점에서 서로가 '윈-윈'하는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이와 함께 박찬호는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도 한층 덜게 됐다. 소위 '밥값'으로 비유되는 자신의 연봉을 야구발전에 내놓았으니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오로지 그토록 원했던 한국무대에서 한국 야구발전을 위해 정진하는 일만이 남은 셈이다.
비록 박찬호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나 '밀고 당기기'가 한창인 프로야구의 연봉협상 시기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야구팬들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박찬호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서울=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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