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저마다 동물 형상을 하고 있다. 지극히 단순한 형태로 특징만 살렸지만, 쥐, 양, 닭, 늑대, 고양이, 당나귀, 곰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다.
주인공은 귀가 길쭉하게 그려진 토끼다. 이 동물 친구들은 저마다 자신의 울음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를 흉내 내면서 뻐긴다. 쥐가 '꼬끼오오오~'하고, 양이 '야옹야옹'하는 식이다.
토끼를 제외한 친구들은 전부 다른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 낼 줄 안다. 아이들에게 동물은 먼저 소리로 기억된다. 개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야옹', 염소는 '음메'. 그런데 다른 동물들과 달리 토끼는 '깡충깡충'이라는 의태어로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토끼는 소리를 갖지 못한 고요한 동물인 것이다. 다른 동물들이 온갖 소리를 내며 까불어 댈 때 토끼는 기가 죽는다. 반전은 바로 그 침묵의 토끼가 “너네들 토끼 소리 낼 줄 알아?”하고 물어본다는 데 있다.
바람의 아이들/지은이 오드레이 푸시에, 옮긴이 최윤정/26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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