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하청업체로 출발해 현재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대전의 모터사이클용 경기복 제조업체 (주)한일이 바로 그곳이다. 한일이 만든 제품은 세계 모터사이클용 경기복 시장에서 약 4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설립 당시 일본 모터사이클 업체에 경기복을 공급하는 기업의 조그만 하청업체로 출발한 한일은 학창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꿔온 박은용 회장이 설립했다. 초창기 한일산업으로 시작한 한일(韓一)은 한자로는 '한국의 1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전상공회의소 의원으로 활동하며, 대전충남무역상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한일 박은용 회장을 만나봤다.
▲ 박은용 회장 |
남다른 사업가의 기질을 타고난 박 회장은 17세인 고등학교시절부터 기나긴 사업인생이 시작된다. 은행원이나 교사가 되길 원했던 부모의 반대에도 그의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다방 운영을 시작으로 칠성사이다 대리점, 연탄 대리점 운영 등 그의 '장사꾼 인생'은 계속된다. 그러던 중 군대 영장이 나왔고, 하던 사업은 친형에게 맡기게 됐다. 그러나 박 회장이 군대를 전역했을 때는 사업이 모두 망해,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젊은 열정과 패기뿐이었다.
이후 박 회장은 무작정 대전으로 향했고, 중앙시장에서 손님들의 물건을 포장해 주는 일을 시작했다. 맨주먹으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가난과 싸워야 했고, 당시 대전 원동다리 밑에서 잠을 자면서 아침이 되면 시장에서 포장을 하며 힘겨운 생활을 보냈다.
포장 사업 이후 박 회장은 지인의 소개로 의자공장 관리를 맡게 된다. 공장에 다니며 2년 동안 당시 돈으로 2만원 가량의 돈을 모으게 됐고, 27살의 나이에 결혼과 함께 대전에서 단칸방을 마련하게 된다. 결혼 후에도 그의 험난한 역경은 계속된다. 흑판과 책상을 만드는 공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관리상무로 승진까지 했지만, 그는 회사를 떠나 또 다른 직장을 찾아야만 했다. 직장을 찾던 중 검찰청에 있던 사람과 함께 봉제업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세계 최고의 봉제업체 한일의 시작이었다. 당시 1974년, 박 회장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다.
박 회장은 17세의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어 무려 18가지 일과 사업을 경험하고, 현재 한일의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주)한일=대전 중구 용두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일은 대전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1974년 소규모 봉제업체로 시작된 한일은 창업 이후 오로지 피혁ㆍ섬유 의류만을 만들며,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볍고 세련된 제품생산에 주력해 왔다.
▲ 한일에서 생산하는 모터사이클용 경기복 |
한일 제품의 주요 수출국은 현재 일본과 미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다. 이들 국가에서 한일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수출을 대부분으로 하는 한일은 국내보다는 유럽 등 해외 모터사이클용 가죽의류 시장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일이 만든 모터사이클용 경기복은 현재 일본시장의 80%, 유럽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세계 모터사이클 경기복 업계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모터사이클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세계 모터사이클 경기복 시장을 좌우하는 전문업체가 탄생한 것이다.
한일이 주문자 상표 부착(OEM) 방식만을 고집하면서 제값을 받고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경기복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은 가죽과 가죽을 연결하는 이음매 부분을 최대한 얇게 유지하는 것으로, 한일은 오랜 연구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이음매 처리기술을 개발했다.
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경기복의 팔꿈치와 무릎, 목 등 관절 부위에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든 보호대를 삽입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어, 이런 부분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일은 현재 베트남에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생산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이 완공되면 10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게 된다.
한편 소규모 하청업체에서 시작해 세계를 무대로 뛰는 한국의 강한 기업으로 성장한 한일은 지난해 KBS 방송 '기업열전 K-1'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박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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