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세종시 수정안과 맞물려 현 정권 초부터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난 5월 거점지구를 대덕(대전)지구로 결정하면서 논란의 소지를 일단락 정리하는 모양을 갖췄다.
그러나 부지매입비, 예산 문제 등을 놓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 또 지방자치단체 등이 마찰을 빚고 있다.
새로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에 관심이 쏠렸다.
규모에 따른 예산확보 등 기초과학연구원이 세팅되기 까지 풀어야할 과제도 '산넘어 산'이다.
▲내년 예산 반토막 논란='예산' 문제의 발단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로부터 시작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과학벨트 예산으로 4100억원을 국과위에 요구했는데, 국과위에서 이를 2100억원으로 삭감한 것.
이로인해 7년간 5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과학벨트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원장 선임을 올해 말 마무리 짓고 내년 초 개원과 함께 산하 연구단 선정 작업에 바로 들어가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과 인식 차이가 커 저명 과학자나 우수 인재들이 기초과학연구원이나 연구단에 참여하길 꺼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학벨트 조성 예산은 2017년까지 총 5조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3조5000억원에 비해 1조7000억원이 증액됐다.
내년에는 중이온가속기설계와 25개 연구단을 지원하는 기초연구비 위주로 4100억원이 책정됐다가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심의과정에서 2100억원으로 삭감됐다.
이는 내년 6월 이후에 출범하게 될 25개 연구단의 예산을 감안한 결과로, 1년 예산(3200억원)이 아닌 6개월 예산(1620억원)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12월까지 과학벨트 기본계획 수립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측은 “과학벨트 추진 로드맵에 따라 기본계획 수립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로 구성되는 과학벨트협의회 회의 개최 등을 통해 여론수렴 중”이라며 “시행안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후 토론회 등을 통해 과학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국과위 측도 “5조2000억원이라는 전체 예산을 축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축소라는 말은 맞지 않다”며 “다만 내년에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연구원의 연구단이 꾸려지고 운영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해 6개월 정도 예산만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도 당혹스러웠겠지만 “사업추진 일정에 대해 교과부와 국과위의 시각차일 뿐, 사업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논란 확산을 막으려 했다.
▲ 지난 5월 18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오페라웨딩홀에서 열린 자유선진당 대전시당 주최 '대전과학벨트 성공 다짐대회'에 참가한 주요 당직자들이 과학벨트 예산확보 등 결의를 다지고 있다. [중도일보 DB] |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과학벨트 거점·기능지구를 선정하면서 함께 발표했던 예산 규모였는데 이를 대폭 축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과학벨트 관련 예산을 계획대로 반영해야 하며 특히 거점지구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예산은 전액 관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과위는 사업축소가 아니라 사업추진 일정에 대한 문제로 예산이 조정된 것일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설명했지만 서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문학적 부지매입비는 누구의 몫=과학벨트 부지 매입비 논란은 대전이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최종 선정된 지 한 달만인 지난 6월 시작됐다.
정부가 과학벨트 예산 투입계획에 부지 매입비 등은 지자체와 협의해 올해 말 수립될 예정인 과학벨트 기본계획에 반영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본부장이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과학벨트 사업이 대전시로 왔으니까 대전시에서도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부담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때부터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 부담을 둘러싼 정부와 대전시간 논란이 본격화됐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지자체가 부지 매입비를 부담하는 것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감안할 때 맞지 않고 중앙정부의 국책사업인 만큼 당연히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전시는 입지 선정 과정 등에서 정부 측에 대덕단지 신동·둔곡지구 364만㎡(110만평) 부지를 모두 과학벨트 조성에 사용하면 전체 공급 가격이 96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원형지 공급 방식이 아니라 기반 조성을 마친 땅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기초과학연구원·중이온가속기 등 과학벨트 핵심시설에 필요한 최소 면적(165만㎡=50만평)만 사용해도 약 1400억원의 부지 비용이 필요하다.
당초 제시된 총 5조2000억원의 과학벨트 사업비에는 부지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가 완전히 발을 빼면 정부는 최소 4400억원, 많게는 1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은 연말까지 전체 기본계획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계속 기재부, 지자체 등과 부지 비용 분담 여부, 분담 형태 등을 협의할 방침이다.
▲3000여명 규모 연구 인력 충원, 어떻게 채우나=중이온가속기와 함께 과학벨트에 들어서는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기초과학연구원'은 3000명 규모로 짜인다.
기초과학연구원을 허브로 국내·외 외부연구소 50개를 사이트랩(연구단)으로 지정, 운영한다.
정부는 우선 2017년까지 연간 예산 6500억원짜리 대형 연구기관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엔 25개 내외 연구단을 지정하기로 했다.
원장 임기는 기존 출연연구기관장 임기인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연봉은 대략 5억 원정도다.
연임도 가능하다.
임명은 대통령이 하도록 해놨다.
그러나 내년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던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은 물론이고 대구와 광주의 연구기반 조성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줄어든 예산으로 우수한 연구자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의 유치 여부에 과학벨트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내년 국과위가 선정할 25개 연구단 운영비는 개당 평균 130억원에서 64억8000만원으로 줄었다.
기초과학연구원 설계비와 공사계약료도 설계비 150억원만 책정됐다.
중이온 가속기는 시제품 제작비 170억원이 빠지고, 상세설계비 290억원만 반영됐다.
가속기가 완공되더라도 이를 운용할 국내·외 인력 확보는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가속기를 전문으로 하는 물리학자 수가 국내에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고급인력을 유치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미국 페르미랩이나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 등 대규모 연구시설 등과 과학기술자 유치경쟁을 펼쳐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초과학과학연구원 TF팀이 정부의 예산 삭감 등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까지 못내놓고 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삼성을 봐라, SW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언제까지 인프라 지원에만 매달려야 하는가. 이제는 인적자원 중요성부터 뒤돌아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기초과학연구원에 연구시설 장비센터가 들어 있는데, 현재 대덕에 위치한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국가장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복부분 등에 대해선 상호 관계정립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계획 연말 가시화=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연말까지 과학벨트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과학벨트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중이온 가속기의 경우는 상세설계를 위한 가속기 자문단이 구성된 상태다.
올해 연말 상세설계를 위한 사업단장을 선정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지자체와 연구기관, 정부 등으로 과학벨트협의회를 구성했다.
킥오프 미팅은 지난주 이미 한 상태다.
거점지구와 기능지구 별 지자체 자체 협의회도 운영 중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KAIST와 대구, 광주 사이트를 어떻게 연계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이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광역권과의 연계 등 다양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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