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사업을 하는 '왕바뻐'씨는 추석 전후에 정말 바쁘다. 이곳저곳에 납품도 해야 하고, 대금도 정산해야 한다. 오늘도 열심히 운전 중인데, 거래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지금 입금 안 되면 물건을 제 날짜에 납품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마침 앞에 은행이 있다. 1~2분이면 은행자동화기기를 통해 송금할 수 있다고 보고 양심엔 찔리지만, 길가에 주차하고 ATM기기로 뛰어간다.
그런데 이런, 오늘따라 기다리는 줄이 길다. 차가 견인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송금할 계좌번호를 받아 적는다. 드디어 차례가 왔다. CD기에서 계좌번호를 입력하는데, 다른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고객에 응대하면서 송금을 마치고 급히 나온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상하게 은행 볼 일은 급히 생긴다. 그런데 급히 송금을 하고 나서, '아차'하고 혹시 잘못된 계좌로 입금하지 않았나 싶어 입력한 계좌번호를 다시 확인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급한 상황에서는 수취계좌번호와 수취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실수로 다른 계좌로 송금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잘못 송금한 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다. 잘못 송금한 경우, 일단 은행에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했다며 송금취소를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은행은 그럴 권한이 없다. 어렵게 말하자면, 예금의 성립시기는 예금주 통장에 금액이 입금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계좌번호 오류 등을 사유로 입금취소 요청을 받아도 송금받은 예금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입금취소나 임의인출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수취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법원에 예금주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등을 제기해 승소하면 해당 계좌에서 예금인출이 가능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소송절차 전에 송금받은 사람이 돈을 출금하면 더욱 난감하다. 송금받은 예금주의 신용에 문제가 있어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수가 없는 아주 난처한 때도 있다.
일례로 '노신용'씨는 사업실패 등으로 법원의 압류가 이뤄진 상태이다. 노신용씨의 예금에는 잔액이 거의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왕바뻐씨가 잘못 송금한 계좌의 예금주가 노신용씨이라면, 노신용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왕바뻐씨에게 돈을 돌려줄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에도 송금의뢰인은 은행이 아닌 예금주를 상대로 반환청구를 해야 하는데 예금은 이미 압류된 상태여서 노신용씨로부터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잘못 송금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입출금기기, 전화 등 전자금융 이용 시 또는 무통장입금 시 상대방 이름과 계좌번호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금융감독원 대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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