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게임'과 같아… 정치역량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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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게임'과 같아… 정치역량이 관건

한정된 의석 줄이고 늘려… 결국 영·호남 축소의석 뺏어야

  • 승인 2011-09-07 18:06
  • 신문게재 2011-09-08 1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힘 모으자] 글 싣는 순서-4.과제와 전망

1.총괄
2.충청권 선거구 현황
3.증설 사례와 대응 방향
5.전문가 및 각계 의견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6개의 선거구를 분구하고 4개 선거구를 조정 또는 합구해 지역구 의석을 2석 늘리는 안과 분구 대상을 7개, 합구 대상을 3곳으로 정해 전체적으로 4개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복수의 선거구 획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 논의 과정에서 이 안은 3개 선거구를 늘리고 1곳의 선거구만을 축소하는 대신 비례대표 2석을 줄이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러한 결과는 여론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분구와 합구 지역을 둘러싼 정당 간 이해관계와 이견이 얽히면서 나타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

선거구 획정은 일차적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이뤄지지만 최종적으로는 국회 정개특위의 손질을 거치며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전지역의 경우 지난 18대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선거구 증설을 위해 여야 3당은 물론 대전시와 시민단체까지 나서 전력을 다했지만, 결국 증설 논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좌절되고 말았다.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6일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된 가운데, 다시 제기된 충청권 선거구 증설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역시나 정치적 역량 결집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선거구를 증설시키는 과정은 여타 지역과 '제로섬게임'을 벌여야 하는 상황과도 같다.

어느 한 곳이 줄어야 다른 한 곳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적 논리 때문이다. 당연히 지역 간 이해관계는 물론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 간 신경전과 힘의 논리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19대 총선을 앞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불가피하다. 일단 충청권에서는 인구 상한 기준을 웃도는 천안 을 선거구가 분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광역단체 지위로 출범하는 세종시의 독립 선거구 설치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별 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분구 여건을 갖춘 곳이 천안 을을 제외하고도 5곳이나 더 있다. 반대로 선거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지역도 6곳 정도로 예상되지만, 해당 지역들은 벌써부터 선거구 축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광주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동구와 서구 갑·을의 선거구 축소 조정이 예상됐지만, 자치구간 행정구역 조정을 통해 기존 의석 수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더군다나 현재 선거구 축소 예상 지역이 모두 영·호남에 몰려 있어 각각 이 지역을 텃밭으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리 없다. 결국 충청권 선거구 신·증설을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 수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영·호남에서 축소된 의석을 뺏어야 하는 형국이 되는 셈이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지난 5월 세종시 독립선거구 설치와 시도별 인구 비례에 따른 지역구 의원 정수 조정을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양승조 의원도 세종시 독립선거구 설치를 위한 개정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파편화된 대응으로는 선거구 증설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선거구 획정 과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충청권의 요구가 확실히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배재대 정연정 교수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획정위는 하나의 안을 제시할 뿐이고, 실제적 결정은 정개특위에서 정당 간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충청권 선거구 신·증설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특히 교섭단체로 정개특위 다수를 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하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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