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딛고 15년의 긴 공백을 뛰어넘어 불사조처럼 복간하게 된 것은 순전히 대전과 충남, 충북 주민들의 열망, 그리고 중도일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성원 덕분이었다. 한국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지역민의 눈과 귀가 될 수 있었고, 꾸준히 성장해 충청권 최고의 정론지가 된 것도 독자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사랑과 성원을 영광으로 여기며 지역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지역 사랑에 매진하라는 소명으로 새긴다. 우리는 굴곡진 역사의 영욕을 돌아보면서 다시 창간정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60년, 그리고 100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중도일보 60년을 관통하는 화두는 '지역 사랑'이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탄생한 중도일보는 창간 당시 이미 지방시대를 선언했다. '지역 개발'을 아예 사시(社是)에 담았고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현안들을 쉼 없이 제시하기도 했다. 인재양성을 위한 충남대 설립,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공단 조성과 종합개발 추진, 자연보호를 위해 계룡산국립공원 지정, 인권보호와 주민 불편을 덜기 위해 대전 고법·고검 설치를 추진했다. 이 같은 선구자적 혜안은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됐다.
정부청사 대전유치에 이은 대전 천도(遷都)는 정부3청사와 세종시로 가시화됐다.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당위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세종시가 '행복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가치의 불균등뿐만 아니라 지역언론으로서 수도권 주도의 여론 독과점을 막는 데도 더욱 힘쓰고자 한다.
충남이 서해안 시대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논지는 충남의 오늘을 견인했다. 하지만 서해안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바다는 교통의 바다, 생산의 바다로 바꿔 가야 한다. 바다를 개척하고 바다를 경작하고 바다를 보전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무궁무진한 미래다. 충남의 미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방법도 바다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지방시대는 이 시대의 화두가 된지 오래지만 실현은 아직 멀었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0년이 됐지만 권한 이양은 거북이 걸음이다. 지방자치제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권, 인사권은 말할 것도 없고 경찰, 교육 등 중요한 분야의 이양은 여태껏 시작도 못했다. 자치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행정사무의 대부분을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현실은 대단히 기형적이며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비대할 대로 비대한 서울 중심의 수도권과 이에 반비례해 고사되고 있는 지방의 현실은 중앙집권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지금 같은 체제가 계속되면 국민통합에도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자원 배분의 비효율 등으로 정상적인 성장마저 어려워질 것이다. 진정한 지방시대 실현은 지방분권에 있다고 보아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이루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이다. 분열과 갈등이 소용돌이치고 병소(病巢)가 깊고 넓어지는 추세다. 보수와 진보, 노와 사, 지역과 세대, 빈부의 갈등이 우리 사회의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국론 통합을 주도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민의를 거스른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거짓말로 때우려 든다. 무엇보다 사회 통합과 소통에 중도일보가 앞장서고자 한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옹호할 것이며, 계층 간의 간극을 좁히는 데 진력을 다할 것이다.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지난 60년은 우리의 자산이다. 독자들이 사랑으로 지역민들이 성원으로 키워준 이 시간이 앞으로도 우리를 키워갈 동인(動因)이다. 이제 시대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역사의 지혜에서 얻고자 한다. 우리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겸양을 품고, 창간정신과 창간 당시의 가슴 뛰는 열정을 되새기면서 다시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갈 것이다.
창간 60주년을 기점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저널리즘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특정 이념이나 정파, 집단, 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건강한 공론 형성에 앞장설 것이다. 지역 사회의 소통을 위한 '통합의 광장'으로, 희망을 이끄는 길라잡이로 언론의 역할과 소임을 다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지난 60년 동안 중도일보가 한결같이 충청권 여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성원해준 지역민에 대한 보답이자 독자의 사랑 속에서 중도일보가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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