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산사태 이후 인근 마을 주민들은 '산사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대전시 산성동에 조성되고 있는 전원마을 아래에 사는 주민들은 토사가 흘러내릴 때마다 불안에 떠는 상황이다. 역시 산을 깎아 조성된 유성구 하기동 주민도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지 구청에 수시로 안전점검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장마에 침수피해를 입은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하우스 농가들도 빗소리만 들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저께와 어제 새벽 내린 폭우로 부여 왕포리의 멜론 하우스 500동이 물에 잠겼다. 왕포천 바닥이 농경지보다 높아 피해가 반복된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부여와 논산 등 금강 주변 시설하우스도 해마다 장마철이면 침수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서산 간월도 천수만 간척지, 예산 오가면 신원리 시설하우스 지역도 해마다 물난리를 겪는다. 이들 지역 주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있다. “관계기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수해 없는 마을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전시와 각 구청, 충남도와 시·군은 예산타령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특정 지역이 자주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방재 시설이 모자라거나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복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습적인 대규모 피해지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특단의 방재 대책을 세우도록 요구하든지, 아니면 연차적으로 계획을 세워 항구적인 피해 방지에 나서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지성 호우가 잦고 강수량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배수로를 넓히고 배수펌프를 증설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흘러내린 토사나 바위를 대충 치우고 물 빠지길 기다려 피해를 산정하는 것으로 지자체가 할 일을 다 한 게 아니다. 주민들이 발 쭉 펴고 맘 편히 잠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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