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구 계명대 동산도서관에서 열린 ‘동아시아 족보의 특성과 연구과제’학술대회에서 성봉현 충남대 연구교수가 왕실족보의 특징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 성봉현 충남대 연구교수 |
현재 장서각에 소장된 왕실보첩류는 약 822종 5280책에 이르는데 그동안 장서각소장 왕실보첩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해 이번 성 교수의 연구는 왕실족보의 종류와 현황을 사가족보와 비교 설명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성 교수는 1412년 이전 편간돼 조선왕실보첩류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선원록(璿源錄)’을 비롯해 ‘가현록(加現錄)’, ‘종친가현록(宗親加現錄)’, ‘돈령보첩(敦寧譜牒)’, ‘어첩(御牒)’ 등을 통해 왕실족보가 사가족보와 그 편찬방식과 내용부터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왕실족보의 특징은 첫째, ‘선원속보((璿源續譜)’를 제외하면 왕과 왕비의 일정한 범위의 인척만을 수록하는 ‘왕친보(王親譜)’이며 둘째, 가족보에서는 시조이하 모든 자손들을 대체로 하나의 족보에 수록하는데 비해 왕실족보에서는 선원록, 종친록 등 각개의 별보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또 왕실족보에 수록된 인물의 전기사항은 사가족보에 비해 매우 간략히 적었는데 이는 왕실보첩이 국왕과 수록자의 인척관계 친소를 확인하고 그를 예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왕실족보가 여성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한 성 교수는 “왕실보첩 가운데 ‘선원록’이나 ‘유부록’에는 사가족보나 다른 왕실족보에는 전혀 기록 되지 않은 여성의 이름과 출생연이 기록되어 있다”며 “첩녀(妾女)인 경우도 모의 신분과 성명이 기록되어 있으며 딸이 후취로 시집간 사실, 첩녀가 다시 첩으로 시집간 사실을 기록함으로써 조선전기 가족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간행한 사가족보에 비해 왕실족보는 관에서 만든 것으로 왕실보첩의 대부분이 필사본이며 유일본이어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인데 그는 “왕실보첩은 사가족보의 전범이 되었는데 특히 조선후기 민간에서 유행했던 외보나 팔고조도 등은 왕실족보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한 성 교수의 논문은 사가족보가 사회사연구의 중요자료로 활용되는데 비해 그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던 왕실보첩자료를 학문연구에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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