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투수 한 명이 아쉬운 팀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휴식' 처방이 내려진 것은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어깨 부상을 당한 투수가 주전에서 빠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 주인공이 류현진이라는 점은 팀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의 '당연한 휴식'은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또 어떤 의미로 해석되고 있을까?
▲기둥 빠지자 팀 '흔들'=류현진은 지난 2일 롯데전에 구원 등판한 이후 어깨 통증이 재발해 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에이스의 빈자리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며 갈 길 바쁜 한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3연패가 모두 6~8점 차 완패였고, 공격과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필승카드 류현진이 없는 가운데 4강 진입의 희망이 희미해지자 팬들은 조심스럽게 3년 연속 최하위에 대한 걱정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휴식 언제까지=우선 류현진의 복귀를 점쳐볼 수 있는 시간은 1군 엔트리 말소 최소기간인 10일이다. 한대화 감독은 10일 이후 상태를 보겠다고 했지만 상태가 좋더라도 당장 선발등판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9월 이후에나 등판이 가능하다면 시즌 아웃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류현진에게 휴식을 통한 재활이 가장 좋은 처방이 된다면 시즌 아웃을 통해 내년을 기약하는 것도 리빌딩 차원에서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올 시즌 남은 경기를 필승카드 없이 치러야 한다는 부담을 안아야만 한다.
▲목표는 내년 시즌=류현진의 휴식은 개인으로 보나 팀 형편으로 보나 '전진을 위한 후퇴'로 해석된다.
우선 한화는 올 시즌 목표가 탈꼴찌였던 만큼 4강 진입에 팀의 명운을 걸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에이스의 휴식은 내년 팀 리빌딩 차원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더욱이 내년 시즌 한화가 김태균 영입에 성공할 경우 투타에 구심점이 생기게 되고 '거포'와 '괴물'의 활약에 힘입은 독수리군단은 비상을 꿈꿔볼 수 있다. 만일 한화가 박찬호 영입까지 성공하게 되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류현진 개인 입장에서도 내년 시즌은 그 어떤 시즌보다 중요하다.
2006년 입단한 류현진은 2014년 이후 FA자격을 얻게 되지만 내년 시즌을 마치면 구단의 동의를 얻어 해외진출을 할 수 있다. 본인도 내년 시즌 이후 해외진출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시즌은 그에게 해외진출을 위한 '최종 성적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내년 시즌 팀의 비상과 내후년 류현진의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그의 휴식은 필요충분조건일 수 있다.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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