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까지 정기적금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대율 때문이다. 대출규모를 쉽게 줄일 수 없다는 점에서 수신액을 늘려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선 예금보다 적금이 유리해서다.
하지만, 높은 금리를 내세우며 적금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건이 까다롭다. 이번 주에는 정기적금 상품과 가입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시중은행 정기적금 출시 경쟁=은행들이 내놓은 최고 금리 상품의 이면에는 숨겨진 조건들이 적지 않다. 말 그대로, 높은 금리는 미끼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적금 상품은 '바보의 나눔 적금'이다. 5.9%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기부를 약속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시중은행 중 최고의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매직7 적금'은 최고 연 7%까지 금리를 준다. 물론,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전년보다 500만~1000만원 정도를 더 써야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커플이 함께 가입해야만 최고 4.3%의 금리를 제공하는 '두근두근 커플 적금'을 선보였다. 기업은행도 만 5세 이하만 가입해야 최고 4.4%의 금리를 제공하는 '탄생기쁨 적금'을 출시했다.
▲예대율 올리기 안간힘=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모두 22조2088억원이다. 지난 1월보다 2492억원이 증가했다. 시중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내세우며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예대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는 정부의 가계종합 대책에 따른 것으로, 은행들은 내년 6월까지 예대율을 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당장 대출액수를 대폭 줄일 수 없는 은행권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바로 수신액을 늘리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여전해 고객들이 안전성을 상당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상품이 바로 적금”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도 적금 확보 동참=한국은행의 4월 여수신동향에 따르면, 대전지역 저축은행의 수신은 109억원으로, 전달(557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충남권 저축은행 수신 역시 3월 134억원에서 36억원으로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발표한 수신액은 3월 기준 4조241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4조9947억원과 비교하면 급락한 수치다.
잇따른 영업정지와 각종 부정부패 혐의 등이 쏟아지면서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어 고객들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고객 확보에 비상이 걸린 만큼,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세종저축은행은 월 10만원을 1년 동안 적금하면 5.3%의 금리를 주고, 아산저축은행은 최대 5.70%의 금리를 주는 '꿈나무 적금'을 판매 중이다.
한주저축은행은 연 6%의 금리를 제공하며 여행과 성형, 상조, 치아관리 등의 조건에 따라 대출할 수 있는 '디딤돌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는 금리가 높아야 그나마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구조조정 등의 충격에 따라 또다시 불신이 커질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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