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덩치만 믿고 안주하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무한경쟁시대에 상대기업들이 그냥 두지 않는다.
경영학자 게리 하멜(Gary Hamel)의 '핵심역량 이론'은 요즘 같은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이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차별화된 기술, 뛰어난 인력 등의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기업만이 가진 특별한 기술력과 인재가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생존이 위험해진다.
차별화전략이 그래서 중요하고 절실하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은 없는 것일까.
많은 중소기업들이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름길은 늘 가까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뛰어난 기술력과 인력, 장비를 가진 연구원, 대학 등과 손잡으면 되는 것이다.
산학연을 통해 부족하고 없는 부문을 배우고, 얻고, 메우면 된다는 얘기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꼭 맞다.
방안으로 중소기업들은 산학연협력을 위해 눈을 밖으로 돌려 네트워크를 넓혀야 한다.
기술, 인력, 장비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일 수록 더욱 그렇다.
남의 힘을 빌려 핵심역량을 갖출 수 있는 채널을 갖추란 소리다.
서로 도움이 되고 이익을 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갖춰야한다.
산학연협력으로 사업비마련은 물론 기술의 연구개발(R&D), 인재확보 기회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청 등 정부의 여러 기관과 단체들 문도 두드리면 직·간접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SNS(Social Network Service)도 보탬이 된다.
용기를 갖고 두드리면 반드시 열린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산학연협력 기술개발사업'을 적극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이 대학, 연구기관들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서로 발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다양한 기술혁신을 꾀할 수 있다.
대학, 연구기관은 물적 자원 확보는 물론 해당분야 관련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이른바 윈윈 전략이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학생들은 산업현장과 직결되는 과학기술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이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땐 현장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인턴기회다.
현장경력을 쌓은 학생은 경쟁력 면에서 아무래도 앞선다.
기업과 연구소도 상생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로 새 상품 제조에 접목하면 시장경쟁력에서 이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산학연은 바로 1석3조다.
산학연협력은 요즘의 기술흐름이 융·복합화 되고 있는 점과 흐름을 같이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 바깥으로부터 자원(기술, 인력, 장비 등)을 끌어들여 기업의 핵심역량과 화학적으로 융합시켜 기업을 키우는 기업성장전략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예로 산학연협력기술개발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부족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대학이나 연구기관으로부터 받아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성과인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공동 소유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돕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 섬유제조전문회사는 최근 연구기관과의 공동작업으로 새 제품을 만들어냈다.
글로벌기업에도 납품하게 돼 매출액이 전년보다 68%늘었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산학연협력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상의 만족도조사에서 응답기업 의 95.3%가 재참여 뜻을 밝혔을 만큼 호응도가 높은 게 산학연협력기술개발사업이다.
산학연협력의 성공사례는 선진외국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초 심한 불황을 겪었던 핀란드나 스웨덴이 오늘날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의 선두권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엔 산학연협력이 있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영국의 케임브리지 테크노폴, 스웨덴의 시스타, 일본의 타마클러스터 등도 마찬가지다.
지구촌의 대표적인 첨단과학기술 혁신단지 성공사례들도 산학연협력에서 비롯됐다.
대학, 연구기관, 기업 사이의 끈끈한 산학협력네트워크가 원동력된 것이다.
성장에너지가 배가 되는 건 말할 것 없다.
산학연협력사업의 가치는 국내에서도 빛을 보고 있다.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3만여 영세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큰 성과를 얻었다.
중소기업들이 한해 평균 200여 대학 및 연구기관과 힘을 합쳐 8000여 건의 특허와 2만여 건의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자연히 해당 중소기업들의 매출도 쑥쑥 늘었다.
기업, 학교, 연구기관의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핵심역량을 만들어내는데 탄력을 붙이고 있다.
올해는 그 성과가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현장에 나가보면 훌륭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시장검증단계에서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사업화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회사들이 무수히 많다.
상당수 중소기업인들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으나 걸림돌이 많아 애를 먹고 있다. 고가의 장비마련, 고급인력 확보에 힘들어한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산학연협력으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춰 연구개발에 나서면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다.
산학연협력은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은 올해 산학연협력기술개발사업에 1517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국제협력의 연구를 강화하고 중소기업 맞춤형 산학연협력 시스템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자리마련과 직결된 창업기업 쪽에 업무비중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 갓 첫발을 내딛는 소규모기업들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기술개발의 결과물을 조합 등 업종별 단체에서 함께 쓸 수 있는 방식을 시범 적용해 투자성과를 높이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상사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파트너가 있어야 더 멀리, 더 오래 가는 법이다.
중소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똘똘 뭉쳐 상생의 길을 찾을 때 시너지효과는 더 커진다.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차별화된 글로벌경쟁력을 갖는 건 산학연협력에 있음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산학연협력은 중소기업들에게 곧 희망이다./김동선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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