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A씨는 간호사들의 인력난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간호사가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한꺼번에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 인력이 없는만큼 임신을 할때도 순번을 정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병동에서 간호사 한 사람이 20~30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데 만약 임신을 위해 자리를 비울 경우 동료가 그 일을 떠맡아야 하는만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요즘에는 대학병원에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문제는 병원의 인력난이 환자의 의료서비스와 연결되는 만큼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현행 의료법에는 입원 환자 5명당 간호사 2명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처별 규정이 없고 인력난이 심각해 이같은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건의료 인력들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서비스 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7일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14일까지 1만93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0점 만점에 57.7점으로 나타나 인력 부족이 직장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인 응답을 의미한다.
현재 부서 인력이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66.8점, 인력부족으로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휴가 사용을 위해 근무인력을 대폭 줄여 근무하고 있다는 의견이 56.9점으로 조사됐다.
또 개인적으로 업무 때문에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견이 68.5점, 인력부족으로 노동강도가 심화돼 지난해보다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의견이 67.8점, 인력부족으로 재해 및 질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견이 58.8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정은 병원에서 인력 부족으로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피로도를 높이고, 휴가를 위해 근무인력을 줄임으로써 노동강도를 높이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력부족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한다는 응답이 58.3점, 인력부족으로 의료사고 노출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응답도 53.1점이나 됐다.
대전충남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본부장은 “인력부족 문제는 병원장 차원에서 해결하기보다는 인력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보호자가 상주하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것을 볼 때 병원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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