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새벽에는 대전 지하철 월평역에서 한밭대교까지 3.2㎞구간과 계룡로 갈마삼거리에서 갈마네거리 주변, 대덕대로 일부가 물바다를 이뤄 통행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간당 40㎜가 퍼부은 '물폭탄'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주요 간선도로가 물에 잠긴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지나던 차량의 배수구에 물이 들어와 시동이 꺼지고 견인될 정도라면 물웅덩이나 다름없다. 한밤중이었기에 망정이지 아침 출근 시간대였다면 어쩔 뻔했나. 혼란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대전시와 서구청은 배수구에 쌓인 낙엽과 토사 등에 막혀 빗물이 신속하게 빠지지 못해 침수가 일어났다며 전 구청과 도로변 배수구 일체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침수사태가 다시 없을지 불안하다. 집중호우 현상은 이미 상습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도시기반시설을 재정비하지 않고는 요즘 같은 기습폭우에 대처할 수 없다고 본다. 간선도로에는 우수관이 설치돼 있지만 10년, 20년 전의 강우 패턴에 맞춘 것이라 단시간에 물동이로 쏟아 붓듯 퍼붓는 '물폭탄'에는 있으나마나한 경우가 적지 않다. 주요 간선도로의 배수시설 설계빈도를 100년 단위로 늘려야 한다. 주택가나 공단의 배수시설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기후조건에 맞춘 하수·배수 기능의 재정비, 지하차도나 교차로 등의 침수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근본 대책을 서두르되 우선 가능한 방재 조치부터 착수해 물난리 공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올해는 국지성 호우가 잦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겠다. 아무리 돌발적인 기상이변이라 하더라도 유비무환이란 재해행정 마인드만 구축돼 있다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폭우 뒤에 피해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스며든 빗물로 지반이 약해져 붕괴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전시와 충남도 등 관계당국은 집중호우 대비책과 함께 취약지구에 대한 안전점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