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제도가 도입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의 일입니다.
1914년 조선총독부령으로 인감증명 규칙이 발효되면서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도장 하나쯤은 갖도록 한 계기가 됐고 도장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점포인 도장포가 생겨나게 됐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만 활용되고 있는 제도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 국민 3명 가운데 2명이 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매도와 교환, 증여, 상속포기와 채무부담, 보증은 물론 근저당 설정때까지 인감증명은 각종 거래관계 때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009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앙부처에서 인감 증명을 요구하는 사무의 종류만해도 209가지, 한 해에 발급되는 인감 증명서만 5천만 통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감을 발급하고 관리하는데 한 해에만 4천 5백억 원이 소요되온데다 위변조 사고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감도장 사용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다보니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것이 ‘본인 서명 확인제’.
이 제도는 읍·면·동사무소에서 본인이 서명시 인감증명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확인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직접 서명을 해야하므로 대리인을 통한 신청이나발급이 불가능합니다. 인감증명 위·변조 사고의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바쁜 민원인들을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해 '전자 본인서명확인서'를 발급받거나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현행 인감증명제도의 대체 및 병용방법으로 본인서명 사실확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본인서명 사실확인 등에 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 없이 부동산 거래를 하거나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어서 우리 사회 뿌리 깊었던 인감제도가 근 백년 만에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장에 대한 사족 하나를 덧붙이자면, 박성철씨의 책 ‘달콤한 나의 인생’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고급 도장에는 정면을 알 수 있는 작은 홈을 파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합니다.
그런 도장을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럴 때 정면을 나타내는 표시가 있으면 바로 찍을 수밖에 없다는겁니다.
그래서 고급 도장에는 홈을 파 두지 않음으로 해서 도장의 정면을 찾는 시간 동안 더 깊이 자신의 결정을 생각하게끔 한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합니다.
깊이 생각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라는 고급 도장의 교훈, 한번쯤 새겨볼만하지 않을까 합니다./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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