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는 가까운 병원에서 정기적이고 안정감 있는 진료를 받아야 한다. 출산을 위해 원거리 병원에 원정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한다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이게 농어촌 지역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 한 원인이 아닐까 싶어 걱정스럽다. 아이를 낳으려 해도 가까운 곳에 믿을 만한 진료기관이 없다면 낳고 싶겠는가.
물론 지자체의 노력도 없지 않았다. 개별 개원이 어려운 곳은 공공의료기관에 산부인과를 설치하기도 하고, 도시 수준의 수익 보전을 약속하고 개업을 유도한 곳도 있었다. 그럼에도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를 유치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산부인과 의사가 오지에 개업하기를 꺼리는 데다 타산이 맞지 않아 분만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올 3월부터 분만취약지 52곳에 대한 지원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하루빨리 이를 확대 시행해 아이 낳을 곳이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의료 사각 지대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최소한 이웃 도시에서 출산을 해야 하는 어려움은 없애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펴면서 각종 혜택을 부여했듯이 지금의 출산장려정책도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도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유치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기 전에 능동적으로 나서서 힘써주길 바란다. 산부인과와 분만실은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주민의 삶이 불편하지 않도록 필수적인 생활 인프라를 하나하나 구축해야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출산도 불가능한데 출산율을 높이거나 인구 늘리기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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