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정량 평가 지표 가운데 특히 '연구기반 구축·집적도(연구개발 투자 정도, 연구인력 확보 정도, 연구 시설·장비 확보 정도, 연구성과의 양적·질적 우수성)' 부문에서 월등한 점수를 얻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과학기술계의 중론이다.
▲과학 인프라 최고 평가=출연연의 한 중견 연구원은 “대덕단지내 원자력연구원, 핵융합연구소, 표준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은 과학벨트의 핵심 요소인 대형실험시설 중이온가속기의 활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밭대 유병로 교수는 “대덕단지의 초고압 투과 전자 현미경, 초정밀 분석기, 슈퍼컴퓨터 등 대형 연구시설들도 중이온가속기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미 오래전부터 최적지로 꼽혀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인력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대덕특구 내 KAI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 고급인력 양성기관들이 충분히 과학벨트의 중추인 기초과학연구원과 협력·상생할 수 있다는 게 대전과 충청권의 주장이다.
또 이 지자체들은 충청 지역의 '전국 2시간 내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어 다른 평가 지표인 '국내외 접근 용이성(국제공항 접근성, 대도시 접근성, 전국 시·군간 시간거리)'에서도 대전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리적으로 첨단복합단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오송과 세종시와 가깝다는 사실도 정량평가는 물론 위원들의 주관적 정성평가 과정에서 이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정치적 논란 재점화=그러나 과학벨트 최종입지로 대전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벨트가 공정한 심사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논란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과학자들과 정부관계자들로 구성된 과학벨트위원회 위원들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인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비난여론까지 일고 있다. 과학벨트위원회가 평가결과를 논의도 하기전에 '입지 내정설'이 알려지면서 과학벨트는 입지선정 발표 뒤에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전망이다.
대덕특구의 한 출연연 관계자는 “짜맞추기로 입지선정을 할 것이면 과학벨트위원회는 무엇하러 구성했느냐. 과학계는 들러리일 뿐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학벨트는 지방자치단체간 유치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지방자치단체간 갈등도 크게 빚어질 전망이다. 입지가 발표된 뒤에도 선정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로 강력한 항의가 잇따를 전망이다.
▲예산확보 비상, 다음 정권 몫=과학벨트는 예산 규모가 약 3조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로,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거점지구에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서고 주변에 기능지구를 지정해 산업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과학벨트법 내용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의 경우 과학벨트특별법에 따라 연구원 분원(사이트랩)이 여러 지역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선정과정을 둘러싼 정치적 대결 뿐만 아니라 이후 예산확보 문제 등으로 과학벨트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과학벨트는 다음정권에서 뒤집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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