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빨라지는 봄, 늦게 찾아오는 가을. 언제부턴가 뚜렷한 사계절이라는 특징을 가진 우리나라의 계절별 경계가 불분명해 지고 있다. 지난 2007년 제4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에 따르면 평균 1.0℃의 기온상승은 생태환경 100㎞의 북상을 낳고 기온이 2.5℃ 이상 상승하면 지구에 있는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산림과 생태계, 농업 등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생활에 미치는 피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사진은 그린피스 환경운동가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몸으로 표현한 퍼포먼스. [뉴시스 자료사진/중도일보 제휴사]?? |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기후변화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온실가스 농도가 변함으로써 상당기간 관찰돼 온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기후체계의 변화를 말한다.
지난 100년간 전세계 평균기온은 0.74℃ 상승했으며 이번 세기말에는 6.4℃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립기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이후 서울, 부산, 인천, 강릉, 대구, 목포 등 6대 도시의 평균기온이 약 1.7℃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기후 온난화 속도는 지구 전체 온난화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열대야 늘고 겨울 길이 줄고=지구온난화란 지구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1972년 로마클럽보고서에서 '온난화'라는 명칭으로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와 다른 여러 종류의 유해 기체들이 대기층을 감싸서 하나의 막을 만들어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태양열은 막지 않으면서 대기권 밖으로 나가려는 열은 차단해 결과적으로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같은 기온의 변화는 지구 곳곳에 홍수나 가뭄, 대규모 산불 등 이상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1960년대 4.2일이었던 25℃ 이상의 열대야 일수가 1990년대에는 8.2일로, 2000년 이후에는 9.4일로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21세기 말(2071~2100년) 한반도 전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4℃ 상승하며 가을의 시작은 늦어지고 여름의 시작은 빨라지면서 길어질 것이라는 게 국립기상연구소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에 대한 연구결과다.
지난해 9월 국립산림과학원은 '가을의 대표 전령사'인 밤을 올봄 저온현상과 일조량 부족으로 수확기가 평년보다 일주일쯤 늦어져 추석제사 때 햇밤을 쓸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밤이 한창 영글어야 할 8월 중순부터 비가 잦아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고 이달 들어서도 무더위 탓으로 제대로 여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밤나무연구팀은 지난 10년간 밤 수확기에 영향을 미치는 개화, 결실, 기상인자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밤 품종들이 추석을 전후로 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30년간 평균 추석날짜는 9월 21일이지만 9월초로 당겨지면 올처럼 기상이변이 거듭돼 햇과일로 제사상을 차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 봄철과 여름철 날씨의 변덕성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기후변화로 해마다 생길 수 있는 구조적 문제란 견해다.
산림과학원연구팀 관계자는 “이상저온, 강우패턴 변화, 잦은 태풍에 따른 과수농가 피해는 기후변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의 하나로 기후변화에 대응, 앞당겨 출하할 수 있는 신품종육성 및 숙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재배양식기술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동해안 아열대 생물 출현 빈번=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단지 농업뿐만 아니라 산림과 바다 등 우리 주변의 환경을 빠른 속도로 바꿔놓고 있다.
남한지역에서 가장 추운 곳의 하나로 아한대 침엽수림의 식생을 보여주고 있는 설악산 귀떼기청봉의 분비나무림이 고사하고 있으며 제주도 한라산 일대에 자생하고 있는 구상나무 숲도 사라져 가고 있다.
변해가고 있는 것은 숲뿐만이 아니다.
'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태의 주산지로 알려진 고성군은 '제1의 명태 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명태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명태 없는 명태축제'를 개최한지 벌써 수년째다.
명태가 사라진 동해바다에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대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동안 동해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아열대성 생물들이 종종 출현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과연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변화인지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결국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농업, 임업, 수산업 등 산업활동의 변화를 넘어 생태교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우리 인간의 생활의 변화를 넘어 문화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옥수수·쌀·밀 가격 폭등=기후변화로 인해 경작지가 줄어 앞으로 40년 사이 옥수수, 쌀, 밀 등 곡물 가격이 최대 100%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포어사이트(Foresight)가 발표한 '세계 식량과 농업의 미래, 지속성을 위한 도전과 기회'란 제목의 보고서는 “식품을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향후 40년간 가격 폭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 정부의 주도 아래 전 세계 35개국 400여 전문가들이 참여해 작성됐다.
포어사이트는 “몇십 년 전과는 달리 농업 생산성이 더 이상 식량수요 증가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기후변화, 구체적으로 지구 기온 상승와 강수량 변화, 사막화 등이 많은 경작지를 황폐화시키면서 공급 증가를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의 영향 탓에 가장 보편적인 곡물인 옥수수의 가격은 2050년까지 최악의 경우 100% 이상, 최선의 경우도 80% 이상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쌀과 밀의 경우 각각 30~80%, 40~60% 수준에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배문숙 기자 moons@
※ 이 시리즈는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기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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