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여기에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어린이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동시에 어른이 생각하는 존엄성과 어린이들의 자존감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음을 알게 해준다. 만약 받고 싶은 선물이 '2개월 학원 휴강권'이고, '놀아도 된다'와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은 어린이들이라면 전혀 실망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다른 설문조사(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로는 우리 어린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100점 만전에 65.98점에 그쳤다. 3년 연속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최하위다. 다행히 지금이라도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가족과의 시간'을 선물로 받고 싶다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일이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기념일 중 하나다. 그러나 설문 결과가 답해주듯 어린이들은 부모 지갑 털어가는 어린이날을 원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린이날 가장 원하는 것에는 '엄마·아빠와 온종일 신나게 놀기', '온종일 내 마음대로 하기'도 있다. 주머니가 얄팍한 부모들, 과자가격 인상이라는 씁쓸한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아직 실망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문조사 결과는 더 있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가족'을 가장 많이 꼽는 어린이들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 모두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조사 결과들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은 결국 어른들이 함께 조성해 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어린이들과 놀아주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고….” 오늘 하루, 실천 가능한 소원을 들어주면 삶에 만족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어린이들이 그만큼 많아질 게 확실하다. 부모의 만족만이 아닌 아이들의 행복도 생각하는 89회 어린이날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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