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충청도에 대한 인식의 틀 바꿔야 한다”

“당·정·청, 충청도에 대한 인식의 틀 바꿔야 한다”

과학벨트 '방법론의 문제' 논리적 근거 교과부에 전달할 것 [기획대담]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전 과학기술부 장관)

  • 승인 2011-05-01 16:00
  • 신문게재 2011-05-02 4면
  • 대담 =최재헌 정치팀장·정리=이종섭대담 =최재헌 정치팀장·정리=이종섭
▲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절치부심'.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야인 생활을 하며 권토중래하던 강창희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자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 그는 최근 '사랑방'으로 이름 붙여진 중구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7번의 출마 3번의 낙선, 비례대표를 포함해 5선 의원을 지내고 연거푸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의 정치인생은 화려해 보이지만 험난한 난관에 부딪힌 시기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오던 그를 만나, 충청권 최대 현안인 과학벨트 입지 문제와 최근의 정국 현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강창희 전 장관은 “4번이나 당선시켜 준 대전시민들에게 무엇인가 보답을 하고 떠나고 싶다”며 오랜만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에게는 이른바 '친박계 좌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으며 행보 하나 하나가 차기 총선 및 대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해석되고 있다. 그래서 세간의 관심도 높다. 현재는 한나라당 대전시당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특위 위원장을 맡아, 지역 출신의 과학기술인들을 규합, 당 차원의 유치 활동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근황은 어떠신지.
▲18대 총선에 실패 한 이후 주로 서울에 있었다. 그동안 책을 한 권 썼는데, 2008년 후반기에 시작해 출판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내가 경남대 석사 출신이고 장관을 할 때 맺은 인연이 있어 석좌교수를 지내게 됐다. 현재 희망포럼이 제주와 울산을 빼고 전국에 조직을 갖췄는데, 그러다보니 3년이 금방 지났다. 대전에서 물정도 좀 파악해 보려고 4월부터는 잠은 대전에서 잔다는 원칙을 정했고, 서서히 지역에 전념해 활동할 생각이다.

-총선이 다시 1년 앞으로 다가 왔는데.
▲대전에서 나를 4번이나 당선시켜 줬다. 이제 정치를 마감해 가야 할텐데, 정말 대전에 보답하고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자리에 대한 미련은 없다. 일단 지금은 대전에 대한 공부부터 다시 해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대전과 중구 지역의 당면 문제에 대해 생생한 여론과 욕구를 들으려면 사람들을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첫째 할 일을 지역에서 각계 각층에 계신 분들을 만나는 것으로 계획했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광범위하게 얘기를 듣고 생각과 요구를 파악해 보려한다.

-최근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모두 느낄 것이다. 한나라당의 자업자득이다. 분당을 선거만 봐도 한나라당이 정상적인 공천을 했으면 이길 수 있었다. 강재섭 전 대표 외에 사람이 없었는데, 당이 공천에서 중심을 잃으며 틈새가 생기니 손학규 대표가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계파나 특정 인물에 얽매이지 말고 정상적인 당 운영과 판단을 해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 결과를 토대로 향후 충청권 정국 상황을 전망해 본다면.
▲충청권에서는 지난 지방선거가 바로미터가 됐다. 이번 재보선은 작은 규모 선거로 결과를 가지고 충청권이 어떻다라고 논하긴 어렵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 표심이 지금까지도 충청권 정국 풍향도를 보여준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 실패 이후 충청권에서 참 어려운 입장이다. 세종시에 이어 과학벨트로 여론이 악화되고, 감정적으로까지 번지다보니 한나라당으로서는 더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당과 정부·대통령 모두가 심기 일전하고, 충청도에 대한 인식 틀을 바꿔야 한다. 영남과 호남이라는 양대 세력 속에서 충청도를 적당히 예우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중히 대하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고, 당 과학벨트유치 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정치권에서는 모두 대통령에게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구체적으로 왜 과학벨트가 충청권에 와야 하는지 논리적 대응이 없는 것 같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방법을 달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장관을 할 때 만난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충청 출신의 젊은 과학자들을 모아 여러 번 과학기술인의 입장에서 논의했고, 보고서도 만들었다. 정치권처럼 할 것이 아니라 충청권에 과학벨트가 와야하는 논리적 근거를 만들고자 했다. 5월 2일 교육과학부 장관을 만나 이런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마침 과학벨트 문제를 고리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충청권 '대동단결론'을 펴고 있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정국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회창 대표가 얘기하는 연대·합당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추측해 보면 심대평 대표나 이인제 의원 등이 일차적으로 범주에 든다면 말들은 많지만 쉽지만은 않으리라 본다. 이회창 대표와 심대평 대표, 이인제 의원 모두 각각의 퍼스낼리티가 상충되는 면이 있다. 다만, 지금 지역이 쪼개진 정당은 충청도 밖에 없다는 점은 있다. 한나라당에서 또 공천파동이 나서 친박이 나오고 하는 얘기는 너무 앞선 예측이다. 박근혜 대표를 오래 지켜봤지만, 원칙주의자고 사소한 감정 문제로 또 당을 깨고 나오는 일은 없을 거고, 당을 깨고 나올 만한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과 비중이 작으면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많은 기여를 했다. 대표를 맡아 7%의 당 지지율을 51%까지 끌어 올렸다. 자신이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 활활 태운 애정이 있는데 당을 깨고 나오는 것은 극한적인 상황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내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의 계파 갈등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은데.
▲지난 총선은 공천시기가 대통령 임기 초반이었기 때문에 친이계가 좀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임기 말에 주류라고 그런 전횡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한나라당의 공천 불균형 문제는 지난 번에 끝났다. 이번에는 계파 없이 공정한 공천을 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다. 지금도 지분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을 나가야 한다.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돼도 계파를 들먹인다면 다 죽는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대세론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편다. 향후 대선 정국을 전망해 본다면.
▲박근혜 전 대표도 51대 49로 2%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한 신문 칼럼을 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겠구나 생각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독주체제였고, 인간은 칭찬에 안도할 수 밖에 없다. 박 전 대표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고 다음 정권을 맡는 것은 대세라기 보다는 순리다. 당이 가장 어려울 때 대표를 맡아 일정한 반열에 올려놨고, 경선 과정에서 승복의 문화를 만들었다. 그 후 3~4년 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한다는 것은 대세라기 보다는 순리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대전 현안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다면.
▲지역 현안에 대해 많은 비난도 받고 책임도 느낀다. 특히 중구의 경우 공동화 문제가 심각하다. 둔산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여러 기관과 사람이 빠져나가 쇄락한 중구의 옛 영광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중구도 이제 활력을 찾을 상승 길에 있다고 보고, 지금부터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도심 공동화 극복과 원도심 활성화를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더욱이 도청이 이전하는데, 도심의 막대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해 시민들의 욕구에 맞쳐 주는가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한단계 수준 높은 도시 디자인이 필요하다.


강창희 전 장관은?
1946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중·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해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으며, 5선 국회의원으로 자민련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인재영입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담 =최재헌 정치팀장·정리=이종섭·사진=이민희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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