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경청소통으로 좋은재판, 최상의 법조서비스 제공”

[박병대] “경청소통으로 좋은재판, 최상의 법조서비스 제공”

법관 첫째덕목은 균형감각… 소송 당사자 목소리 경청·소통해야 공판중심·구술주의재판 등 국민 신뢰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

  • 승인 2011-04-21 14:12
  • 신문게재 2011-04-22 9면
  • 박종명 기자박종명 기자
[기획대담] 박병대 대전지방법원장에게 듣는다

박병대(53·사진) 대전지방법원장은 명료하다는 느낌이 든다. 무슨 주제든 절제된 언어 속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확연하다. 그래선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그런 느낌과 닮아있다. 우리나라 재조계(在曹界)에서 그를 중히 쓴 것이 괜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는 25일 제48회 법의 날을 맞아 박 법원장을 만나 법에 대한 그의 소신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취임 당시 경청, 소통과 교감을 강조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법원의 본질적 기능은 재판이므로 재판의 존재이유는 '좋은 재판'을 통해 국민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정 공간에서 판사들이 당사자의 얘기를 진지하게 귀담아 듣는 모습을 보여주고, 법관이 그렇게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게 체감하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에 개인적으로 공감합니다.

이제는 재판과정에서 당사자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도록 하고, 법관은 그 얘기를 좀 더 귀담아 들으면서 쟁점을 드러내어 소통해야 하고,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당사자 스스로도 그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상호 교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임사에서 법관들이 재판방식과 법원에 대한 국민 인식의 현주소에 대해 스스로 되돌아보고 필요한 변화의 길을 자율적으로 모색해 달라는 뜻을 주문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재판에 대해 불만을 노골화 하는 사례가 종종 빚어지고 있습니다. 법정의 권위는 어떻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재판에는 언제나 승패가 있기 마련입니다. 재판에 져서 불만을 표출하거나 처벌 받아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태생적 숙명입니다. 만약 불만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책은 불만스럽더라도 수용하고 수긍하게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승패간에 재판에 승복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고, 그것이야말로 법정의 권위를 세우는 근원적 처방이 될 것입니다.

법정의 권위는 판사가 “재판 참 잘한다”는 소리가 나와야 해결되는 것이고, 재판 잘하려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실력으로 법정을 압도하는 길 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재판과 판결에 대한 비판에는 금도(襟度)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책임으로 돌려야 할 증거 부족이나 법률이 잘못 되어서 생긴 불가피한 재판결과를 법원 탓으로 돌리고 판사 개인을 비방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서 시위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판단하시는지요?

▲이제 '구술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일반 국민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한 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도 경청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구술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가 만족할 만큼 정착되지 못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고 할 것입니다. 법관들은 여전히 기록 어느 구석엔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진실을 놓칠까 두려워 자신 있게 '법정 중심의 재판'을 철저하게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고, 쟁점에 대한 법정 공방이 사건 결론의 향배를 좌우한다는 데 대한 당사자의 확신도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전법원에서도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살아있는 법정, 생동감 넘치는 재판'이라는 주제를 걸고 부여에서 워크숍을 개최해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평소 후배 법관들에게 강조하시는 점은 무엇입니까?

▲법관의 덕목으로 첫째는 균형감각 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에 치우침이나 편견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법이 얘기하는 법관의 양심은 자기만의 인생관과 세계관으로 마음 쏠리는 대로 판단해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공동체와 인성이 요구하는 객관적 양식에 기초한 판단을 하라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주관적 독단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후배 법관들에게 얘기하곤 합니다.

최근 단독판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초심ㆍ중심ㆍ진심'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판사될 때 처음 가졌던 정의감과 소신이 묽어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올바른 판단으로 이 사회가 견지해야 할 규범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소송 당사자든, 형사 피고인이든, 진심으로 대하면서 그 얘기를 듣고 인간적인 이해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풀이를 하고, 그걸 구호 삼아 건배 제의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사법부는 국가기관 중에서는 최상위급의 신뢰도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신뢰한다는 비율이 60%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재판 등 법원 업무를 실제 경험한 그룹의 신뢰도 비율은 막연히 언론 등을 통해서 법원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의 신뢰도 수치보다는 월등하게 높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법원이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결국은 재판 잘하는 길이 최선이고 유일한 방법이며, 다음으로는 그걸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잘 알려야 할 것입니다. 최근 수년간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공판중심주의나 구술주의 재판과 법정 언행의 개선을 위한 관심은 한마디로 재판 잘 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국민 참여재판에 그림자 배심원단을 구성해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재판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사법부의 기능과 절차 진행 및 판단과정을 공개해 막연한 이해나 오해를 고쳐보려는 시도입니다.

-법의 날을 맞아 지역민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법원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고품질의 재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국선 변호제도나 소송 구조제도 등 어려운 소송 당사자를 배려하는데도 배전의 관심과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대전지방법원의 사법 서비스가 서울 등과 비교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 가운데 대전ㆍ충남 지역 내에서도 대전과 시·군지역 사이에 사법 서비스의 균질성이 유지되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법원의 이같은 노력과 법관들의 성심을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법원이 진정 믿을만한 국민 권익의 수호자이며 굳건한 기둥이라는 생각이 국민들 마음속에 널리 뿌리내리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소망합니다.


/대담 =박종명 사건·법조팀장 /사진=이민희 기자 phot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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