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석]자동·기계화로 신체활동 줄어

[허동석]자동·기계화로 신체활동 줄어

[한방칼럼]근육·장기 등 생체기능도 저하

  • 승인 2011-03-30 14:16
  • 신문게재 2011-03-31 10면
  • 허동석 교수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비만센터허동석 교수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비만센터
■비만과 진화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큰 문제다. 아니 단순히 큰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아주 큰 문제가 되었다.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고 그 중 대표적으로 자동화, 기계화된 현대사회의 변화와 음식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동화, 기계화 및 현재의 음식과는 맞지 않게 진화된 우리의 생체 기전이 작용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몸을 적게 사용하고 급격한 신체 능력의 저하가 초래된다.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근육의 탄수화물, 지방 연소 능력이 저하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며 심장도 약해져 게으름뱅이들을 위협한다. 물론 오늘날에는 신체 능력이 다소 처지는 사람도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선조들의 경우 신체 능력이 뒤떨어진다면 절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수렵활동 및 채집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생존을 이어가고, 나아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한 우리의 선조는, 동물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하여 쉬지 않고 몇 시간 동안 달릴 수 있어야 했으며, 창, 돌 등을 이용하여 생명을 뺏기 위해 지금의 창던지기 선수나, 투포환 선수에 버금갈만한 근력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수면 중에 야생동물에게 당하지 않기 위하여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만 했고, 쉼없이 움직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별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진화적으로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상태다. 자연은 우리에게 바퀴 네 개와 환경 친화형 엔진이 아닌 튼튼한 근육질의 발을 달아주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계속 움직이는 욕구를 타고난 존재로 이는 어린 시절에 인상적으로 나타난다.

아이들을 보면 걷기 외에 삶에서 중요한 행동들이 유전자로 각인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나이어린 남자들은 힘겨루기를 위한 싸움을 빈번히 하고, 술래잡기, 달리기 시합 등을 하며,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는 데는 기어올라가기도 하고, 돌을 던져 물건을 맞추는 등의 활동을 한다.

물론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지난 몇 만년 동안의 진화로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이라면, 현재의 변화된 사회에 맞추어 우리가 진화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지난 몇 만년 동안의 변화보다 최근의 100년간의 사회 변화가 더 빠르고 혁신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진화는 사회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예전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는 아직 계속 움직여야 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상태라는 것이다.

비만의 원인 중 하나로 부모의 유전을 들기도 한다. 마른 부모의 자녀는 마른 경향이, 비만한 부모의 자녀는 비만한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지만, 실제로 이것이 100% 맞지 않는 이유는 결국, 역시 움직임 때문이다. 유전자 중의 일부 유전자는 활성화에 필요한 신체 활동이 없으면 더이상 활성화 되지 않는다.

매일 운동하면 특정 유전자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운동량이 극한치를 밑돌면 이 유전자들은 스스로 활동을 줄이기도 한다. 우리의 유전자가 수백만 년에 걸쳐 적응해온 활동 상태와 '게으름뱅이 상태'의 유전적 차이를 과학이 밝혀내려면 아직 멀었다. 그러나 우리 때때로 신체를 단련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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