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길이 단위인 미터도 국제미터 원기라는 인공물을 표준으로 삼았지만, 자연의 상수인 빛의 속도에 기반을 두도록 새롭게 정의되었다.
그래서 국제킬로그램 원기는 표준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겐 일종의 수치이다.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도 여전히 1㎏이 얼마인지는 전적으로 이 구닥다리 물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언제 없어지거나 손상될지도 모를 물건이 바로 질량의 표준이라는 건 과학을 비웃음거리로 만들기에 딱 좋은 예다.
국제킬로그램 원기는 1878년 영국에서 만든 원재료를 프랑스로 가져가 질량값을 조정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그리고 1889년 제1차 국제도량형총회 이후로 이 원기는 질량의 단위 표준으로서 지금껏 군림해 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지위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실제 질량 단위의 표준이 되는 물체가 파손되는 사건이 있었다.
질량 단위로 파운드를 쓰는 영국은 국제킬로그램 원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파운드 표준 분동을 만든 적이 있다.
국제킬로그램원기가 출연하기 전인 1758년에 만들어진 이 분동은 1760년 대영제국의 파운드원기가 되었다.
하지만 1834년 10월 16일 영국 국회의사당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여기에 보관되어 있던 원기가 손상되고 말았다.
현재의 국제킬로그램원기에도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만일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원기를 똑같이 다시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킬로그램 원기를 더 이상 놔두고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과학자들의 행보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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