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도 수장의 역량에 의해 대학 미래가 결정될 중요한 시점에 배재대의 미래를 책임질 김영호 차기 총장의 어깨는 무겁지만, 그만큼 자신감도 넘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김 차기 총장은 변화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자율적으로 적응해 배재대를 100년 지속성장 가능한 사학의 반열에 올려놓을 '스마트 전략'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 카리스마'는 이미 지난 사상으로 스스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강조하는 김 차기 총장은 “재임 기간 진실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고 대학의 미래를 밝힐 전략을 투명성과 절차의 민주성을 통해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2일 배재대 수장으로 첫발을 내딛는 김 차기 총장을 만나 취임 소감과 역점사업, 향후 비전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편집자 주>
-배재대 제6대 총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데 우선 소감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대학을 이끄는 기회를 얻은 저는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대학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겁습니다. 임기가 끝난 후 '김영호 총장 재임기간에 경영을 참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같은 초심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면 언제든지 지적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내부출신 총장이신데 스스로 진단하고 계신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 아는 분들이 저보고 독일에서 유학한 점을 비유해 '독일병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독일병정은 원칙주의자이자 보편적인 상식주의자입니다. 아마도 두 번의 기획처장을 역임하면서 여러 가지 현안을 처리할 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먼저 듣고자 노력하면서 나름대로 성실하고 합리적인 면을 좋게 보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유하다는 평도 듣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신중하고 여러 의견을 종합하다 보니 그럴 것입니다. 요즘 요구되는 최고 책임자의 카리스마는 소통을 통해 스스로 승복하고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부 총장으로서 대학의 구석구석 속사정을 많이 아는 만큼 이 같은 장점을 최대한 살려 대학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년간 대학을 이끌면서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하실 정책은 무엇인가요?
▲향후 5년 이내 국내 대학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크게 3가지 정책 방향을 선정하였습니다.
첫째는 126년 역사와 전통이 녹아 있는 배재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배재인의 정체성을 재정립해 나가겠습니다. 둘째는 학령인구의 대폭적인 감소라는 외부환경에 대처해 나가고자 탄력적이고 유연한 경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대학의 체질을 개편하고 강화하는데 힘쓰겠습니다. 셋째는 차별화된 스마트 발전 전략의 실천을 위한 새로운 페러다임을 도입하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100년 지속성장 대학을 표방하면서 내세우신 'SMART PAI CHAI'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자율생태 대학의 경영철학은 바로 '유연한 사고'와 '탄력적인 조직체제'입니다. 이 철학은 근성 있는 학생, 역동적인 직원, 존경받는 교수, 협력하는 재단이 서로 소통과 화합을 할 수 있게 하며, 품격 있는 대학으로 만드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스마트 발전전략의 요점은 자율 생태 대학의 모습을 갖춤으로써 생존경쟁 체제에서도 대학의 공공성을 잃지 않고,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지성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사회적 책무를 중시하는 생활력 있는 민주시민을 키우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는 'Speed 전략', 우리 대학의 설립 사명인 배양 영재를 구현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Mission 전략', 자율적인 생태환경을 조성해 경쟁력을 키우는 'Active 전략', 변화와 재창조로 명품대학을 추구하는 'Reborn 전략', 구성원 간의 소통과 참여로 상생을 추구하는 'Together 전략'입니다.
-장기적인 수험생 감소로 대학 환경이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학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우선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대학 본연의 교육에 충실함으로써 차별화된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하는 명품대학으로 발돋움한다면, 수험생 감소에 따른 부담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대학발전의 필수요소인 재원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지요. 대학이 갖고 있는 교육자원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수요자 중심의 찾아가는 교육서비스를 펴는 등 평생교육체계의 다변화로 등록금 외 수입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또 산학관련 자산 활용 사업을 활성화 시키고, 서비스분야가 강한 대전 지역경제와 대덕특구에 맞춘 학교기업 운영, 연구용역 과제 수주의 전략화 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배재학당의 인지도에 비해 대학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의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을 밝혀 주신다면?
▲재단이 서울에 있고 대학이 대전에서 다시 출발한 지 30년이 조금 넘은데다, 수도권 학생들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지역사회와의 시간적, 공간적 연대감이 다소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대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지역주민과의 공생적 프로그램을 실행해 나갈 예정이며,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고 지역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겠습니다. 또 지역주민의 재취업 교육 등 평생교육체계를 마련하고 초·중·고교 학습지원과 다문화교육 강화 등 지역친화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배재대는 그동안 글로벌 대학과 해외 유학생 유치 등에 상당히 힘써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임 정순훈 총장께서 대학의 글로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같은 성과를 더욱 여건을 강화하면서 내실을 기하겠습니다. 우선 중국위주의 유학생 유치 전략을 더욱 다변화해 나가겠습니다. 또 유학생들이 단순히 우리말과 전공학문을 배워 본국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이들이 한국학관련 연계학문을 공부하는 시스템으로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유학생들을 철저히 지한파로 육성해 한류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양성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에 있는 다문화센터를 통한 다문화 교육시스템 활성화시키고 세계 각국의 한인사회와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명실상부한 국제화의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지역대들이 수도권 진출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배재대도 여타 대학들이 추진 중인 수도권 인근의 분교설립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분교설립에 대한 고민은 서울·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공통 관심사입니다. 입시적인 측면에서는 역시 서울과의 거리가 대학선택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대학이 분교설립이나 대학 간 합병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학의 공공성과 지역사회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접근은 좀 더 깊은 고민과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쟁을 지양하고 대전사회에 이바지하는 대학으로 매진해 나가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지역대 총장으로서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이 먼저 지역발전과 지역민들을 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역 대학이 명품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애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리 배재대가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오. 서울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대학의 상황을 헤아려 주십시오. 각박한 생존경쟁 속에서도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지역대학을 격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김영호 총장은? 1952년 서울 태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독일 트리어대 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 및 박사를 마쳤다. 1991년 배재대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해 기획홍보처장, 기획조정처장, 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교과부 대학교육개혁우수대학 평가위원, 대전·충남사회연구회 회장 등을 맡았다. 현재 한독사회학회 회장, 대전시 규제개혁위원, 대전시 여성발전기금관리위원, 대전시 공익사업선정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현대사회의 구조와 변동』(공저) 등 다수 있다. /대담=이승규 문화교육팀장ㆍ정리=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