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기 공화국' MB정부… 몰아주기 극심

'가속기 공화국' MB정부… 몰아주기 극심

1조3천억 예산 책정 불구 포항에 추가 계획 전문가 59% 부정적… 경상도 집중현상 심각

  • 승인 2011-01-16 13:08
  • 신문게재 2011-01-17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정부는 이미 구축 중인 대형 가속기 4기에 총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여기에 추가 구축할 2개 방사광 가속기에 다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과학기술계는 다른 첨단기술은 차치하고 가속기만 6기나 설치한다며, 현 정부를 '가속기 공화국'이라고 지칭했다.

또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핵심 사업인 중이온 가속기와 중복 사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포항공대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건설 사업이 국가과학기술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9년 1월 발표한 과학벨트 종합계획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서 대형연구시설로 두 가속기 건설을 제안했으나 국과위의 권고를 통해 중이온 가속기 우선 건설 방침을 세웠다.

가속기 1기 건설 소요예산은 약 4600억원 내외(6년간)이며 건설 이후 매년 운영비는 500억원으로 두 가속기를 건설할 경우 1조원 정도가 투입되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 669명 가운데 38%가 '1개만 건설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2개 모두 건설이 적당하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16%로 '2개 모두 건설하지 않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2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현황, 해외사례, 활용분야, 설문 조사 등을 거쳐 국과위는 우선순위를 국내에 없는 '중이온 가속기' 설치를 권고했다. 국과위는 특히 4세대 포항 방사광 가속기 건설의 경우, 기존 3세대 성능 향상에 다시 1000억원의 예산을 새롭게 투입하는 것과 중복투자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과학벨트가 세종시 수정안과 맞물려 지난 2년 동안 국회에 계류되는 동안 포항시는 국과위의 권고를 무시한 채 내년 예산에 방사광 가속기 4세대 신규 건설 200억원을 편성시켰다. 이 예산은 4000억원 이상의 대형 국책 사업이지만 입지 공모절차나 관련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는 상태로 교과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획재정부에서 편성, 막강한 포항 입김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사업관련 내년 예산 200억원이 신규 책정돼 있는 상태로 교과위 검토보고서에서도 “통상 국책사업의 추진에 있어 입지 선정은 공모나 지정 등으로 정해지는데 이 사업은 포항 가속기연구소를 주관기관으로 기정사실화해 추진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포항 지역의 지반이 가속기 설치에 적합하다는 객관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포항공대 가속기 연구소에는 지난 1991년부터 1994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설립된 방사광가속기 3세대가 운영 중이며, 지난해부터 성능 향상을 위한 예산 1000억원이 편성된 상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오는 2013~2014년부터는 4세대방사광, 차세대 방사광, 중이온, 중입자 등에 한꺼번에 수천억원의 예산이 매년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가속기 추가건설이 차세대 3.5GeV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따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심의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에는 차세대 3.5GeV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에 이어 오는 2015년부터 7500억원을 들여 경주에 제2단계 양성자 가속기를 건립하기로 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만든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양성자 가속기 구축 관련 기관에서는 이 같은 로드맵과는 별도로 2단계 사업을 위해 정부에 보고서까지 만들어 제안한 것으로 파악돼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방폐장이 조성되는 경주지역에 오는 2012년 3월 완공을 목표로 3074억원을 들여 양성자 가속기를 건립 중이다. 가속입자는 양성자, 에너지 크기는 100MeV 정도로 파쇄 중성자원, 의료용, 양성자 암치료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 가속기는 전류가 20㎃에 불과한 선형양성자 가속장치여서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서는 추가 업그레이드나 신규 건립이 불가피하다. 특히 이 시설과 관련한 교과부의 투명하지 않은 사업진행도 문제다. 교과부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양성자 가속기 업그레이드에 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개월 뒤 국가과학기술중장기 로드맵에서는 '펄스형 파쇄중성자원 및 중성자빔 이용시설'이라는 이름으로 2015년부터 6년간 75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쉴 새 없이 거대 자금을 투입하는 반면에 한쪽에는 예산부족으로 사업자체가 난항을 겪는다.

현재 건립 중인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예산 부족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건립하는 데는 정부가 1763억원, 경주시 등이 1311억원을 내 2012년 3월 완공할 예정이지만 실제로 건물 건립예산 부족으로 완공이 12월로 늦춰진 상황이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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