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대표는 스스로도 “정치를 시작한 초심과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나, 시류에 적응하지 못한 판단 착오가 있었다”고 지난 과정에 대한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는 또 최근 다시 “지역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정치적 구상과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심대평 대표로부터 충청의 정치 상황 및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회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경인년 한 해는 너나 없이 어렵고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반드시 어려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한 국민들 덕분에 지킬 것은 지키고 성취한 한 해이기도 했다고 본다.
특히 지역적으로 보면 숙원사업이었던 세종특별자치시법을 통과 시키고, 이제 성공 추진을 위해 모두 함께 의지와 힘을 모으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신묘년 새해의 큰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적으로 보면 역시 천안함 폭침사건이나 연평도에서 기습 포격 사건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고, 개인적으로는 금년 지방선거를 치르며 충청인의 준엄한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한 해 이기도 했다.
또 연말 예산 국회를 바라보며 충청의 힘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나약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역시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숙원대로 세종시가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경영의 중심에 선 명품도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말씀하신 바 처럼 충청권은 올 한해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큰 소용돌이를 겪었다. 지나온 과정을 평가한다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공약했던 신행정수도는 대한민국 국토경영의 새 비전을 제시한 것이며, 특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대명제의 화두를 던졌다. 특히 충청권은 신행정수도가 우리 지역에 입지한다는 희망과 새로운 충청의 비전을 보고 환영 했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시작부터 세종시법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세종시는 단순히 정부기관이 내려오는 행정도시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 교육, 산업이 함께 융합되는 핵심 성장 동력의 도시로 성장하도록 마무리를 잘 해 나가야 한다. 과학기술의 핵심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세종시 유치를 시급한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과학벨트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최근에는 이 문제로 충청권이 다시 한번 혼란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충청권의 혼란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혼란이 생길 것을 걱정한다. 당위적 측면 뿐 아니라 상징성과 효율성 등 모든 면으로 봐도 과학벨트는 대덕특구와 오송생명과학단지, 그리고 수도권과 함께 전자산업이 발전하는 천안ㆍ아산 지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과학기술 메카가 돼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 중심 입지는 세종시가 돼야 하는 것이다. 수요자인 과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세계의 과학자들이 머무르며 연구하고 숙식할 수 있는 과학타운을 만드는데 세종시 만한 입지적 여건을 찾기 어렵다.
이 문제로 더 이상 자치단체가 유치 경쟁을 벌이거나 정치권이 세종시 논란처럼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충청권을 분열시키거나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명확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가지고 주장을 펼쳐 나가야 한다.
-올 한해 국정 운영이나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여야 모두에서 논란이 있었고, 특히 안보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었다.
물론 경제 문제와 G20의 성과 등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평가 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력의 부재를 느낀다. 특히 소통과 설득이 부족하다. 4대강 사업 같은 경우도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고 납득시키면서 비전을 제시하면 따를 수 있는 국민도 많다고 본다. 그럼에도 항상 불협화음이 뒤따르고 독선적이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과연 의욕이 앞서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설득과 조정, 통합의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에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 경우도 거대 여당과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이 서로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하지 못하고, 제3당인 자유선진당 역시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등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3의 조정 세력이 없는 정치는 늘 부딪히고 싸우게 마련이다. 그래서 조정력을 가진 제3의 정치세력을 통해 여야의 정치력이 소생하기를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신당을 창당, 지방선거를 치르셨는데 현재 당의 위상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으실 것 같다.
▲지금도 정치를 시작한 초심은 일지 않았다.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중심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고,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시류에 적응하지 못한 판단 착오가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수는 없다. 앞으로도 초심은 잃지 않을 것이고, 맑은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국민중심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은 여전하다.
-지역의 정치세력이 함께 가야함을 강조하고 계신데, 구체적인 구상이 있는 것인가?
▲충청의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논의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하나로 뭉쳐야 하며 어떻게 동력을 발휘해 지역과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런 생각으로 오피니언 리더나 정치지도자 뿐 아니라 충청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그 선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통폐합이나 이합진산 형태의 통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충청의 새로운 정신 또는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보며,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충청이 하나로 가도록 하는 노력을 모두가 함께 해 주기를 소망한다.
-세종시법 통과 이후 2012년 세종시장 및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많다. 어떻게 전망하나?
▲초대 세종시장은 광역단체장의 위치와 기초단체장의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지역을 잘 알고 지역과 중앙을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소유자가 초대 세종시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서는 세종시가 광역단체로 출범하기 때문에 지역을 대변할 국회의원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선거구 분리 인구기준에 미달하지만 2012년이 되면 선거구 획정 인구 하한선을 넘어설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특례 규정을 두어서라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소망하기에는 세종시가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경영의 양대 축이 되길 바라는 만큼, 초대 세종시 국회의원은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신묘년 새해 지역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 있다면 무엇이라 보나?
▲지역적으로 봐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내년에는 무엇보다 세종시의 성공 추진을 위한 지역적ㆍ국가적 역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도지사 시절 세종시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을 실시하며, 맞춤형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결코 울면서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주민들이 돌아와도 고향을 잃었다는 서글픈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직업 선택 문제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준비 등을 거쳐 주민들이 돌아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2012년 세종시가 주민들의 환호 속에 출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정치적으로는 내년이면 서서히 총선 및 대선 구도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계개편 등 정국 전망을 해주신다면?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늘 당리당략에 함돌돼 성공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적 욕구와 국가적 필요, 또 지역 통합의 의지를 가지고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정계개편이 선거만을 염두에 두고 이합집산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정당 간의 통합이나 이합집산을 경계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내년에 정계개편이나 통합이 이뤄진다면 그 기반은 모든 것을 함께 안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정치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단기적으로만 보면 얼마나 큰 회오리가 불어 닥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12년을 염두에 둔다면 분명 큰 바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되면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행정과 정치를 경험하며 늘 시대를 뒤따라가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너무 앞서가다 보니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많았다. 아마 지금쯤 ‘국민 중심의 정치’를 부르짖고 일어섰으면 충청권에 큰 회오리를 일으켰을 것으로 생각한다. 너무 빨리 정당을 창당하고 또 전국 정당화에 집착한 것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이 많았다.
스스로 앞으로는 마지막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다소 신중해 보일지 모르지만 서서히 구체화하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겠다.
현재로서는 생각은 많지만 어떻게 해야 충청인이 모두 함께 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우리 세력이 없으면 지역이나 국가적 조정력을 발휘 할 수 없고,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좋은 길이 열리길 소망하고, 그렇게 가려고 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고, 연초에도 지역 원로들의 의견을 들으려 생각하고 있다. 올해도 전임 지사나 국회의원 등을 만나 개인적으로 정당 간 이합집산에 끼어들지 않아야 하는 충고를 많이 들었는데, 현실적으로 정당을 외면하고 하나로 뭉치는 세력화가 가능한 방법이 무엇인가가 문제다. 일단은 새로운 형태의 국민운동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내년 상황을 염두에 두고 현 정치 상황을 바라볼 때 충청인의 생각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충청이 하나로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지역 이기주의나 지역주의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대한민국의 소통과 통합을 위한 중심에 충청이 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의 몫이고 사명이다.
충청인 모두가 희망찬 새해를 소망할 것인데, 그런 희망 속에서 우리 충청이 어떤 위치와 역할을 맡아 갈 수 있느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겠다. 또 그런 부분에서 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 충청에 새로운 서광이 비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심대평 대표는?
1941년 공주에서 태어나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비서실 등에서 근무한 뒤 두 번의 관선 대전시장을 지냈다. 이후 관선 충남지사와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ㆍ대통령 비서실 행정수석비서관을 역임했으며, 3번의 민선 충남지사를 지냈다. 2007년 대전 서구을 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고, 현재는 공주ㆍ연기 지역 국회의원으로 국민중심연합 대표를 맡고 있다. /대담=최재헌 정치팀장. 정리=이종섭ㆍ사진=김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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