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조 세계 중소형 원전시장 잡아라

350조 세계 중소형 원전시장 잡아라

한국원자력연구원

  • 승인 2010-12-26 13:41
  • 신문게재 2010-12-27 13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지난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일괄 수출, UAE 원전 4기 수출 등은 국민 모두에게 쾌거였다. 1959년 실험용 원자로 기공식을 갖고 원자력 에너지의 첫 발을 내디딘 지 반세기 만에 원자력 강국으로 우뚝 선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섯 번째의 원전수출국이 됐고 수주금액도 400억달러에 이른다. 원자력 산업은 이제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뒤를 잇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은 지난 10년간 자체기술로 개발해 온 중소형원자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스마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13개 국내 기업 컨소시엄이 손을 잡고 개발 중인 스마트는 올해 말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한 뒤 규제기관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내년 말까지 표준설계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체형 원자로로는 세계 최초로 규제기관의 공인을 받게 되면 이를 토대로 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남미 등 세계 시장에 스마트를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1기로 인구 10만 도시에 전기와 물을 동시 해결=칠레·카자흐스탄과 같이 넓은 지역에 인구가 분산되어 살고 있는 국가나 인도네시아·필리핀 같은 도서 국가, 광역 전력망이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용량을 무제한 크게 할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 화석연료 가격 폭등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 활용의 다변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열병합발전, 해수담수화 열원 공급, 지역난방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위해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현재 원자력발전소보다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인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가 기존의 원전과 가장 다른 점은 하나의 용기 안에 원자로심과 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배치하는 일체형이라는 점이다. 일체형 원자로는 주요 기기를 연결하는 대형 배관의 파단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또 비상시 전원 공급이나 운전원 조작이 없이도 작동되는 안전장치를 설치해서 원자로가 불시 정지되더라도 남아 있는 잔열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주도하에 자체 기술로 개발 중인 중소형 규모(열출력 330급)의 일체형 원자로이다.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다양한 열 이용이 가능해 인구 10만 명 규모의 도시에 90MWe의 전기와 함께 해수담수화를 통해 하루 4만t의 마실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원자로의 주요 기기를 한 개의 압력용기 안에 설치한 일체형으로 대형 배관을 없애 기존 상용원전보다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을 향상시킨 신개념 원자로로 평가받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독자 기술로 스마트의 원자로계통 기본설계를 완성하고 전산코드 등을 개발한 데 이어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제어봉구동장치 등 주요 핵심기기의 축소규모 시제품을 제작하고 성능검증을 실시,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세계 각국이 개발중인 중소형원자로 가운데 개발정도가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스마트 핵심 기술의 개발율은 약 70%로 요소기술이나 설계에 필요한 기술들은 이미 상당수준 개발했으며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술검증과 표준설계인가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표준설계인가는 동일한 설계의 발전용 원자로를 반복적으로 건설하고자 할 경우 인허가 기관이 원자로 설계에 대해 종합적인 안전성을 심사해 허가를 해주는 제도다.

▲세계 중소형 원전 350조원 시장 선점에 나선다=원자력연구원은 중소형 일체원자로 스마트의 빠른 상용화와 중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6월 한국전력(KEPCO)과 포스코(POSCO) 등 국내 13개 기업과 함께 손을 잡았다. 이들 기업은 원자력연구원이 수행중인 '스마트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인가 획득 사업'에 소요되는 총 사업비 1700억 원 가운데 1000억 원을 참여 지분에 따라 부담하게 된다.

스마트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인가 획득 사업은 2009~2011년 정부가 7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13개 민간기업이 1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총 17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 개발의 마지막 단계로, 내년 말까지 규제기관으로부터 표준설계인가(SDA)를 취득함으로써 해외 진출 기반을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한 후엔 이미 스마트 공동 건설을 제안해 온 카자흐스탄에 수출하는 등 원자력 시스템 일괄 수주를 성사시켜 중소형 원전 세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0월 스마트의 안전성과 성능 검증을 위한 3개 핵심 시험장치를 완성했다. 시험장치는 소형냉각재상실사고 등 설계기준사고 조건에서 원자로계통의 종합적인 안전성 실증을 위한 '소형 종합효과시험장치(VISTA-ITL)', 비상시 안전주입 냉각수의 주입 성능을 실증하기 위한 '개별효과시험장치(SWAT)', 일체형 원자로압력용기 내부의 유동분포를 시험하기 위한 '개별효과시험장치(SCOP)'로 구성되어 있다.

중소형 원자로의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 러시아 등이 주도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설계 및 운전 경험이 없는 새로운 개념을 채택한 관계로 규제기관의 인허가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컨소시엄 구성과 함께 이러한 핵심 시험장치를 준공하면서 원자력연구원은 내년 표준설계인가 획득은 물론 앞으로 세계 중소형 원자로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보다 스마트한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UAE 원전 4기 수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일괄 수출의 쾌거를 스마트가 이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정 원장은 “세계 중소형 원자로 시장은 2050년까지 약 700기, 액수로는 최대 3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스마트 표준설계가 완성되면 중소형 원자로 시장의 세계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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