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야구공 대신 사랑의 연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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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야구공 대신 사랑의 연탄 들었죠”

한화이글스 임원·선수들 대사동서 2만장 배달… 강추위 뚫고 '훈훈한 온기' 전해

  • 승인 2010-12-09 18:37
  • 신문게재 2010-12-10 14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9일 오전 11시. 대전 중구 대사동 테미고개 주변의 주택가. 사람 1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한 좁은 비탈길에 한화이글스 구단 점퍼를 입은 수십여 명의 선수들이 길게 늘어서 연탄을 나르고 있었다.

▲ 한화이글스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은 7일 중구대사동 일원에서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를 가졌다.
▲ 한화이글스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은 7일 중구대사동 일원에서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를 가졌다.
육중한 덩치의 독수리들은 방망이 연습을 반복하듯 힘차게 연탄을 전달했고, 대문 옆의 좁은 연탄창고에는 1~2초에 한 장씩 연탄이 들어와 앉았다.

이들을 지나 골목을 더 들어가니 쌀과 라면을 가득 담은 리어카 너머로 쌀을 짊어진 채 바삐 움직이는 또 다른 독수리들이 보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는 것이 입김을 통해 확인될 정도였지만 표정만큼은 뿌듯해보였다.

전날 눈이 온 탓에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갔고, 밤새 얼어붙은 비탈길은 바쁜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어색한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던지 연탄을 나르던 손으로 동료의 얼굴을 문지르자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고, 이내 모든 선수들의 얼굴이 까맣게 변하면서 분위기는 오히려 더욱 포근해졌다.

일부는 다음 집으로 이동 중에 동료를 리어카에 싣고 '퍼레이드'를 연출해 동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재치도 발휘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등 60여 명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테미고개 주변 비탈길에 있는 독거노인 가정과 조손가정 등에 각각 연탄 300장과 쌀 1포, 라면 2박스씩을 전달했다.

이들은 당초 한 가정 당 연탄 200장씩을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진입이 어렵다 보니 돈을 두 배로 준다고 해도 연탄배달을 오지 않는다'는 얘기에 100장씩을 더 늘렸다.

이날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에는 무려 2만장의 연탄이 공급됐으며, 쌀과 라면도 1400만원 상당이 지원됐다.

더욱 뜻 깊은 것은 연탄과 생필품의 구입비용이 올 시즌 시구 성금과 갤러리아 홈런존 상금, 선수단 상조회 후원금 등으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한화가 2004년부터 사랑의 연탄배달을 실시해 온 만큼 이날 행사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큰 사고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올 시즌 팀의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은 최진행은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그런지 봉사활동이 더욱 의미가 있고 기분도 좋다”며 “이런 기분으로 내년 시즌에는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고 팀도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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