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물건을 실제로 본다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아무리 봐도 귀한 보물로 보이기는 커녕 특별한 구석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이다.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둥근 기둥 모양에 전혀 색다를 게 없는 쇳덩어리일 뿐이다. 백금과 희귀금속인 이리듐이 9대 1의 비율로 이뤄져 제법 비싼 몸값을 자랑해도 너무 과잉보호를 받는 듯 싶다.
하지만 물건의 정체를 알고 나면 그 이유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물건은 바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질량의 표준, '국제킬로그램원기'다.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질량의 표준 단위인 킬로그램. 그 킬로그램이 바로 이 국제킬로그램원기에 의해 정의된다. 킬로그램은 질량의 단위이며, 국제킬로그램원기의 질량과 같다. 세상의 모든 1 킬로그램은 바로 이 원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국제킬로그램원기는 파리 근교에 위치한 국제도량형국(BIPM)에서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으며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 국제킬로그램원기는 1883년에 정식으로 인준되었다. 그 뒤 미터협약이 체결되고 미터원기가 새로 제작되면서 국제킬로그램원기도 다시 만들어졌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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